[사설] 오거돈 사건, 공직사회 성추행 관행 근절하는 계기 돼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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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 사회에 성추행이 만연해 있음을 입증하는 통계 자료가 나왔다. 한국성폭력상담소가 공개한 ‘2019년 상담 통계’에 따르면 지난해 1년간 성폭력 상담 건수는 모두 912건으로, 이 가운데 38.4%인 350건이 강제 추행으로 가장 많은 비중을 차지했다. 2018년 1월 서지현 검사가 법무부 안태근 국장에게서 강제 추행을 당했다고 폭로하면서 국내에서 ‘미투(#MeToo·나도 당했다)운동’이 활발하게 전개됐지만, 성추행 등 성폭력이 사라지지 않고 있는 것이다. 전체 성폭력 상담 건수의 30.3%인 276건은 업무상 위력이 행사될 수 있는 공무원 조직이나 직장에서 관행적으로 발생한 것으로 드러나 재발 방지대책 마련이 시급하다.

불과 2년여 전 여성들 중심으로 벌어진 미투운동이 사회의 초대형 이슈로 등장한 직후부터 성폭력 사건에 연루된 안희정 전 충남지사와 이윤택 연출가 등 사회 지도층과 유명 인사들이 줄줄이 낙마하고 구속됐거나, 피해자들에게 사죄했다. 피해자들의 용기 있는 고백으로 밝혀진 일부 지도층의 추악한 뒷모습에 국민들은 경악했고 경각심을 갖게 됐다. 이 때문에 한국 사회의 남성 우위 문화와 성차별 관행이 뿌리째 흔들리며 개선됐다고 여겨졌던 것도 사실이다. 하지만 한국성폭력상담소의 지난해 전체 성폭력 상담 사건 가해자 중 91.6%가 남성이고, 여성 피해자가 92.1%나 되는 것을 보면, 성추행 관행이 여전히 변함이 없음을 알 수 있다.

‘미투운동’ 이후에도 성폭력 만연해
일벌백계, 양성평등 교육 이뤄져야

특히 지난달 23일 부산시장에서 물러난 오거돈 전 시장의 사퇴 이유가 된 직원 성추행 사건은 공직사회와 고위 남성 공직자들의 성인지 감수성이 얼마나 저급한지를 드러내고 있어 개탄하게 된다. 미투운동이 피해자들의 일회성 폭로나 가해자 처벌을 넘어 지속적이고 대대적인 사회운동으로 승화되지 못해서였을까. 오 전 시장 사건은 그간의 미투운동, 성폭력 근절 노력과 달리 사회 지도층과 관료조직의 성인지 감수성이 얼마나 낮고 개선되지 않고 있는지를 단적으로 보여준다. 오 전 시장 사건이 성범죄에 무감각한 사회에 경종을 울리고 있는 와중에도 지자체와 경찰, 교육계 등 전국 다양한 공무원 사회에서 성추행과 성차별 논란은 끊이지 않아 안타깝기만 하다.

공무원은 물론 온 국민이 오 전 시장 사건을 적폐인 성폭력을 뿌리 뽑기 위해 뼈저리게 반성하는 계기로 삼아야 할 때다. 먼저 부산시부터 모든 조직 내 성범죄에 대한 폐단과 관습을 없앨 수 있도록 꼼꼼한 대책을 수립해 실행해야 한다. 전 직원을 대상으로 성인지 감수성과 양성평등을 비롯한 인권교육이 상시적으로 이뤄져야 한다는 지적도 나온다. 불가분의 관계에 있는 직장 내 성폭력과 성차별은 장소를 불문하며 다양한 형태로 변주돼 근절하기 힘들다. 따라서 사소한 성희롱이라도 가해자를 일벌백계하지 않으면 안 된다. 업무상 위력에 의한 직장 내 성폭력의 경우엔 공정하고 엄정한 판결과 처벌이 필수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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