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은 6일 경영권 승계와 노조 문제 등과 관련해 직접 대국민 사과문을 발표하고 고개를 숙였다. 또한 자식들에게 경영권 승계를 하지 않겠다는 파격적인 발언도 했다.

이 부회장은 이날 오후 서울 서초구 삼성 서초사옥 다목적홀에서 그간의 각종 논란에 대해 이 같은 내용이 담긴 대국민 사과문을 발표했다.

이 부회장, 대국민 사과문 발표
메르스 사태 사과 후 5년 만
“삼성 준법감시위 활동 계속”

이 부회장은 이날 사과문 발표의 첫머리에 “삼성이 글로벌 일류기업으로 성장하는 과정에서 법과 윤리를 엄격하게 준수하지 못해 국민께 실망과 심려를 끼쳤다“며 반성했다. 이어 "이 모든 것은 저희의 부족함 때문이고 저의 잘못"이라며 사과했다.

이 부회장은 “저와 삼성은 승계 문제와 관련 많은 질책을 받았다. 관련해 재판도 진행 중”이라고 운을 뗀 뒤 “이제는 경영권 승계 문제로 논란이 생기지 않도록 하겠으며, 오로지 회사의 가치를 높이는데 집중하겠다”고 다짐했다.

이 부회장은 경영권 승계와 관련해 “저는 아이들에게 회사를 물려주지 않을 생각”이라는 뜻을 밝혔다.

이 부회장의 발언이 현실화 된다면 삼성그룹의 오너일가 경영은 이병철 창업 회장에서 2세 이건희 회장, 3세인 이재용 부회장에서 멈추게 된다. 재계 안팎에선 이 부회장의 이 같은 발언은 삼성이 글로벌 경쟁에서 살아남기 위해선 전문경영인 체제가 불가피하다는 판단이 깔린 것으로 보고 있다.

노사문제와 관련해 이 부회장은 “삼성의 노사문화가 시대에 부응하지 못했다. 관계자들에게 진심으로 사과를 드린다”며 고개를 숙였다. 이어 “이제 더 이상 삼성에서는 무노조경영이라는 말이 안 나오도록 하겠다”고 강조했다.

시민사회 소통과 준법감시에 대해 이 부회장은 “앞으로는 열린 자세로 경청하겠으며 낮은 자세로 먼저 한걸음 다가서겠다”면서 “준법이 삼성 문화로 확고히 뿌리내리도록 하겠으며, 삼성 준법감시위원회는 저의 재판이 끝나도 독립적 위치에서 활동하도록 하겠다”고 의지를 보였다.

이날 이 부회장의 사과는 김지형 전 대법관을 위원장으로 하는 삼성 준법감시위원회의 권고에 따른 것이다.

이 부회장의 대국민 사과는 2015년 6월 중동호흡기증후군(MERS·메르스) 사태 당시 삼성서울병원의 책임과 관련해 사과한 이후 5년 만이다.

배동진 기자 djbae@