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얘야, 이번엔 오지 마라” “어머니, 카네이션 보낼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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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포스트 코로나’ 달라진 어버이날

어버이날을 이틀 앞둔 6일 오후 부산 동래구 동래부 동헌에서 평생학습 수강생들이 카네이션을 만들고 있다. 동래구는 코로나19로 인해 어려움을 겪는 지역 원예업계 활성화를 위해 평생학습 ‘날개’ 프로젝트인 ‘플라워 아트’ 과정을 운영하고 있다. 강원태 기자 wkang@

“얘야, 시국도 이런데 이번엔 찾아오지 마라.”

“어머니, 몸은 못 가지만 마음만이라도 보낼게요.”

회사원 장 모(26·부산 금정구 장전동) 씨는 어버이날을 이틀 앞두고 돌연 본가에서 ‘귀향 불허’ 통보를 받았다. 본가가 바로 대구이기 때문이다. 코로나19 탓에 설 연휴 이후 한 번도 고향집을 찾아가지 못한 장 씨였다. 그는 “간호사로 일하는 어머니가 ‘대구에 다녀갔다 아프기라도 하면 직장에서 눈칫밥 먹게 된다’고 한사코 만류하는 바람에 오랜만에 고향에 가려던 계획도 접었다”며 쓴웃음을 지었다.

대구가 고향인 20대 회사원 A씨
본가서 먼저 ‘귀향 불허’ 통보
“어버이날 효도도 힘들어” 쓴웃음

가급적 가족모임 자제 분위기
부모들 경기 탓 선물도 손사래

꽃배달·소액 효도상품 수요 늘어
화훼농가·소상공인 모처럼 웃음

방역당국이 6일부터 코로나19 대응 체계를 생활방역으로 전환했다. 이른바 ‘포스트 코로나’ 시대가 열린 것.

그러나 완전히 가시지 않은 일상의 불안감은 가정의 달 풍경을 바꾸고 있다. 지역 감염에 마음을 놓을 수 없는 대구시뿐만 아니라 다른 지역에서도 집을 떠나 생활 중인 자녀들의 어버이날 귀향을 부모들이 말리고 있다.

공무원 유 모(38·여·동래구 명장동) 씨는 고향이 부산인 터라 어버이날 가족 모임을 예정대로 진행하기로 했다. 그러나 당장 시부모님이 ‘올해는 선물도 필요없다’고 선언했다. 아들의 코로나 무급휴직으로 수입도 줄어든 판에 선물까지 받자니 미안한 마음이 든다는 게 시어머니의 이야기다. 유 씨는 “사실 매년 5월이면 가정의달이라고 지출이 많아 어머니가 마음 써 주시는 게 고맙긴 하다. 그런데 그게 다 코로나 때문이라고 생각하니 마냥 상쾌한 기분은 아니다”고 전했다.

방역당국도 이번 어버이날 요양원이나 요양병원에 있는 부모님 방문을 자제해 줄 것을 당부하고 있다. 이들 시설에서 조용한 감염이 진행되고 있을 우려가 있어, 사회로의 재확산을 막자는 취지에서다.

생활방역으로 전환됐다지만, 자발적 사회적 거리 두기는 아직도 진행되고 있다. 이 때문에 1년에 한 번 있는 어버이날을 맞아 밀린 효도를 하려는 자녀들의 마음은 꽃배달이나 소액 효도상품 수요로 이어지고 있다.

그 덕에 위축됐던 지역 소상공계에도 반짝 화색이 돈다. 부산의 화훼 전문 스타트업 ‘플라시스템’ 김태진 대표는 “코로나19 확산 이후 입학식과 졸업식 등이 줄줄이 취소돼 매출이 지난해에 비해 30% 정도까지 떨어졌었다. 하지만 5월 들어 카네이션 주문이 늘면서 매출이 전년과 비슷한 수준으로 돌아오고 있다. 가정의 달을 맞아 코로나19로 인한 피해가 조금씩 회복되고 있는 기분”이라고 반색했다.

사회 각계각층으로 확산된 ‘화훼농가 돕기 릴레이’도 이들 업계에 큰 도움이 됐다는 평이다. 김 대표는 “한국 사회 전체가 나서 준 릴레이가 이슈가 됐고, 이에 발맞춰 온라인 홍보에 나선 게 매출 회복에 도움이 되고 있다”고 전했다.

해조류를 이용해 목재 대체재 등을 생산하는 지역 스타트업 ‘마린이노베이션’도 가정의 달을 노려 ‘효도상품 프로모션’에 나섰다. 해조류 추출물로 장년층을 겨냥한 양갱을 선보인 것. ‘마린이노베이션’ 차완영 대표는 “코로나19가 점점 종식되는 분위기가 되면서 지난달 매출이 500만 원 수준으로 올라오는 등 회복 국면으로 접어들었다”며 “이달 효도상품 프로모션으로 생기는 수익 일부는 해양동물을 보호하는 환경단체에 기부할 계획”이라며 웃었다.

권상국·이상배 기자 sangbae@bus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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