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랑으로 품어 줄 부모 기다리는 보육원 아이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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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 엄마 아빠가 되어 줄래요? / 조아름

태오네 집은 아주 크다. 태오와 또래 친구들이 같이 사는 집의 이름은 ‘천사 보육원’. 많은 아이가 엄마, 아빠의 사랑과 축복 속에서 태어나지만, 가끔 태오처럼 태어나자마자 홀로 남겨지는 경우가 있다. 천사 보육원은 그런 아이들이 모여 있는 곳이다.

<내 엄마 아빠가 되어 줄래요?>는 입양을 기다리는 아이의 이야기를 담았다. 보육원에서 건강하게 자란 태오가 혼자 앉을 수 있게 되었을 때 한 부부가 찾아온다. 태오는 기쁜 마음에 활짝 웃었지만, 부부는 차가운 표정이었다. 아이를 바라보기만 하다가 일어서서 그냥 가버렸다.

입양 기다리다 체념에 빠져드는 태오
눈 보며 말 걸어 오는 부부에 마음 열어


태오가 걷고 말도 할 수 있게 되었을 때 또 한 부부가 왔다. 태오의 설레는 마음을 아는지 모르는지 부부는 금방 가버렸다. 시간이 지나 장난꾸러기 꼬마가 된 태오 앞에 한 부부가 나타났다. 가슴이 콩콩 뛰어서 터질 것 같은 태오의 귀에 부부의 목소리가 들렸다. “다른 아이 보여주세요.”

계속 여러 부부가 찾아왔지만, 그들은 다른 아이를 데려갔다. 태오는 미끄럼틀 위에 홀로 앉아 소리 죽여 울었다. ‘와! 엄마 아빠인가 봐!’ ‘어쩌면 엄마 아빠일지도 몰라.’ ‘혹시 엄마 아빠…일까?’ 태오의 마음속 소리는 기대에서 체념으로 변해간다. 투명 인간이 된 것 같은 느낌에 무너지지 않으려고, 자신을 지키려고 ‘괜찮아, 괜찮아’ 자신을 다독인다.

조아름 작가는 잡지사 기자 시절 ‘입양인들을 위한 게스트하우스’ 취재 후 이 책을 구상했다. 그는 “입양을 하려는 부모 중에 입양 사실을 숨기려고 되도록 어린아이, 자신들과 혈액형이 같은 아이를 찾는 경우가 많다. 그래서 좀 큰 남자아이는 새로운 가족을 만나기가 더 어렵다”고 말했다.

훌쩍 커버린 태오는 혼자 잠도 잘 자고, 혼자 노는 방법도 잘 아는 아이가 됐다. 보육원에 또 다른 부부가 찾아왔지만 이제 태오에게는 자신과 무관한 일이다. ‘이번에도 다른 아이를 데려가겠지’ 생각하는 그에게 부부가 말을 건다. “태오야, 안녕?” 예상하지 못한 상황 앞에서 태오는 얼음처럼 굳어버렸다.

다음 날도, 그다음 날도, 또 그다음 날도 부부는 찾아왔다. 그리고 태오의 눈을 보며 다정하게 말을 건다. 조금씩 마음의 문을 연 태오는 아저씨와 같이 축구도 했다. 부부와 헤어지는 아쉬움에 태오는 용기를 내 말했다. “저…, 내일도 올 거지요?” 다음 장면에서 부부는 태오의 손을 꼭 잡아준다.

프랑스 영화 ‘가족이 되기까지’는 아기의 입양 이야기다. 스물한살짜리 생모가 “아기를 낳아도 키우지 않겠다”고 말하는 순간부터 입양 시스템이 가동되는 것이 인상적이다. 그 모든 과정에서 가장 중요한 판단 기준은 ‘아이에게 가장 좋은 것은 무엇인가’이다. <내 엄마 아빠가 되어 줄래요?>는 사랑으로 자신을 품어줄 부모를 기다리는 ‘아이의 입장에서 입양을 생각해보자’고 제안하는 그림책이다. 조아름 지음/고래이야기/34쪽/1만 3000원. 오금아 기자 chri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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