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V 드라마·예능 ‘성 상품화’ 논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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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흥업소·‘꽃뱀’ 연상 내용 ‘성인지 감수성 부족’ 비판 제기

KBS 드라마 ‘한 번 다녀왔습니다’(위)와 JTBC ‘부부의 세계’. 방송 화면 캡처
인기 드라마와 예능 프로그램이 연달아 ‘성 상품화’ 논란에 휩싸였다.

KBS 주말극 ‘한 번 다녀왔습니다’는 유흥업소 호객 행위를 연상하게 하는 장면으로 논란의 중심에 섰다. 지난달 13·14회 방송에서 술집을 그만두고 김밥 가게를 연 여성 세 명이 짧은 치마를 입고 호객에 나선 장면이 문제가 됐다. 교복을 입은 학생부터 성인 남성까지 줄을 서서 이들의 외모를 평가했고 여성들은 호응에 응답하듯 유흥업소 행사를 연상하게 하는 ‘이벤트’를 선보이기도 했다.

시청자들은 방송 이후 온 가족이 보는 주말극 정서에 맞지 않는 연출이라고 항의했다. 이에 대해 제작진은 “시청자 여러분께 불편을 드려 유감”이라며 “해당 회차 재방송 등 앞으로 방송분은 수정 편집본으로 대체하겠다”고 사과했다.

김은숙 작가의 SBS ‘더 킹:영원의 군주’는 시대착오적인 대사로 뭇매를 맞았다. 극 중 대한제국 최초 여성 총리로 등장하는 구서령이 “와이어 없는 브라는 가슴을 못 받쳐 준다”고 한 게 문제가 됐다. 현실의 ‘탈코르셋’이나 페미니즘 운동을 따라가지 못했다는 게 시청자의 지적이다. 능력보다 외모로 매력을 어필하는 여성 캐릭터는 구시대적 발상이라는 혹평도 받았다.

매회 화제인 JTBC ‘부부의 세계’도 구설을 피하지 못했다. 8회 방송분에서 20대 여성이 유부남에게 접근하며 “애인이 되어 줄 테니 가방 정도는 사 달라”고 한 대사가 ‘꽃뱀 프레임’ 논란에 휩싸였다. 시청자들은 단순 재미를 위해 여성의 성과 외모를 무기로 내세운 비뚤어진 프레임을 이용했다며 비판했다.

tvN ‘코미디 빅리그’에서 드라마 ‘왕초’를 패러디한 개그도 논란을 비켜 가지 못했다. ‘리얼극장 초이스’ 코너에서 개그맨 황제성이 “나 봐라. 5분 안에 2억 원 벌 수 있다”고 말한 뒤 여성 두 명과 등장해 이른바 ‘섹시한 춤’을 춘 장면이 문제가 됐다. 시청자들은 당시 관객석에 앉은 남성들이 이들을 향해 지폐를 던진 장면을 두고 잘못된 ‘성 상품화’의 전형이라고 지적했다. 논란이 계속되자 제작진은 사과했다.

이들 프로그램의 시청자 게시판과 소셜 네트워크 서비스(SNS)에는 항의하는 글이 쏟아졌다. ‘N번방 사건’이 심각한 사회 문제로 대두된 상황에서 이런 연출은 적절하지 못했다는 의견이 지배적이다. 김헌식 대중문화 평론가는 “국내 방송가에는 여성의 외모를 성 상품화하는 저급한 코미디 코드가 깔려 있다”며 “제작진을 대상으로 젠더 감수성 교육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남유정 기자 honeybe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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