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영미의 문화본색] 영화의 미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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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부 공연예술팀 기자

코로나19는 우리를 예상하지 못한 곳에 데려다줬다. 야구라면 미국 메이저리그가 최고이고 새벽 일찍이나 점심시간 짬을 내 보는 것이라고 생각했다. 그런데 코로나19로 한국 프로야구 KBO 리그가 개막하면서 ‘야구 나라’ 미국에서 새벽녘 눈을 비비고 KBO리그를 보고 있다 하니 놀랍다. 이제 그들도 중독성 있는 ‘KBO표 야구 예능’의 매력에 빠질 것이다.

영화도 마찬가지다. 온라인 동영상 서비스(OTT)가 대세라 해도 진정한 영화 감상은 극장에서 이뤄지는 일이었다. OTT로 무게 중심이 이동하고는 있었지만, 극장의 시대는 쉽게 저물 것 같지 않았다. 하지만 코로나19로 OTT 시대는 예상보다 더 빨리 왔다. 극장 개봉을 전제로 만든 한국 영화 ‘사냥의 시대’의 넷플릭스행은 그래서 한국 영화사의 분기점이라고 할 만한 사건이다.

영화인들은 ‘사냥의 시간’의 넷플릭스 공개가 오히려 전화위복이 됐다고 말한다. 관객이 선호하는 서사 중심의 영화가 아니기 때문에 극장 개봉을 했더라도 손익분기점을 넘기기 어려웠을 거라는 예상이 많다. 넷플릭스 공개를 의도한 것은 전혀 아니었지만, 190여 개국에 동시 공개되면서 세계적으로 주목받는 영화가 됐다.

미국 영화제작사 유니버설은 애니메이션 ‘트롤 : 월드투어’를 미국 내에서 극장 개봉 대신 온라인으로 개봉했다. 전작인 ‘트롤’이 5개월 동안 극장에서 벌어들인 매출인 1억 달러를 온라인 개봉 3주 만에 돌파했다. 전작이 극장 개봉을 통해 벌어들인 매출 1억 5377만 달러에 비하면 적지만 극장과 수익을 나누지 않아 제작사가 벌어들인 수익은 거의 같다고 한다.

이에 미국 최대 극장 체인인 AMC의 CEO가 앞으로 유니버설 영화를 극장에 걸지 않겠다고 응수하는 등 기싸움이 벌어졌다. 하지만 앞으로 이런 변화를 피하기는 어려워 보인다.

OTT와 관련해 또 한 가지 재밌는 소식은 넷플릭스가 2월부터 국가별 시청 순위 TOP 10을 공개하고 있는데 한국 콘텐츠의 성적이 생각보다 훨씬 좋다는 사실이다. 일본, 싱가포르 등 아시아권에서는 시청 순위 TOP 10에 한국 드라마와 예능이 다수를 차지하고 있다. ‘드라마 수출 시차’가 있었던 일본에서도 실시간으로 한국 드라마를 소비하고 인기를 끌고 있다는 점이 흥미롭다. 특히 손예진, 현빈 주연의 드라마 ‘사랑의 불시착’은 아시아뿐만 아니라 북미 지역에서도 시청 순위 상위권에 들었다.

코로나19로 많은 문화계 종사자가 힘들어하고 있다. 하지만 위기는 기회일 수 있다. 잘 만든 콘텐츠가 사랑받을 기회는 더 많아졌기 때문이다. 코로나19 시대 방구석에서 질 좋은 콘텐츠를 즐긴 소비자는 앞으로 더 훌륭한 문화 소비자가 될 것이다. 포스트 코로나 시대의 영화가 더 기대되는 이유다. mia3@bus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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