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밀물썰물] 강석 김혜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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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나라엔 ‘찰스’로 널리 알려진 두 사람이 있다. 한 명은 정치인 안철수이고 또 한 명은 ‘배철수의 음악캠프’ 진행자 배철수(찰스 배)를 일컫는다.

시중에 떠도는 우스갯소리지만 배철수의 이름값을 느낄 수 있는 대목이다. 배철수는 1987년 ‘세상 모르고 살았노라’와 ‘탈춤’으로 가요제에서 연거푸 상을 받으며 가수로 데뷔했다. 그러던 배철수가 ‘배철수의 음악캠프’ 진행을 맡으며 라디오 DJ로 변신했다. 1990년이다. 올해까지 30년째 마이크를 독차지하며 DJ로서 라디오 방송 역사의 한 페이지를 장식하고 있다.

배철수는 자신 말고도 다른 스타 탄생을 이끌기도 했다. 롤링스톤스의 ‘satisfaction’을 빈심포니가 고전 록 버전으로 연주한 오프닝 시그널은 국민의 귀에 가장 친근한 팝송의 반열에 올랐다. 방송인 배칠수도 있다. 배철수 특유의 음성을 흉내 낸 성대모사로 시선을 끈 그는 배철수의 프로그램을 패러디한 ‘배칠수의 음악텐트’라는 인터넷 방송으로 마음껏 끼를 발산했다. 이를 바탕으로 그는 ‘철수와 칠수’ 코너 진행자로 본가 격인 ‘배철수의 음악캠프’에 입성하기도 했다.

배철수에 앞서서는 이종환과 김광한, 김기덕을 우리나라 3대 팝 전문 라디오 DJ로 꼽을 수 있다. 이들은 각자 전문 음악 지식과 감성적인 목소리로 40대 이상 중년층의 청춘 시절을 라디오 앞으로 이끌었다. 아쉽게도 지금은 김기덕만 생존해 있다.

음악방송 DJ만 있는 게 아니다. 1973년 첫 전파를 쏜 MBC라디오의 시사 풍자 프로그램 ‘싱글벙글쇼’ 진행자 강석과 김혜영은 1987년부터 33년째 입을 맞춰 온 명콤비 DJ다. 배철수보다 3년 선배 격인 이들이 방송사의 봄 개편에 따라 이번 주 일요일을 마지막으로 마이크를 내려놓는다고 한다.

정치인 성대모사를 통해 답답한 시국에 일격을 가한 ‘돌 도사’와 ‘서울공화국’ 코너로 유명한 강석은 1984년부터 마이크를 잡아 라디오 단일 프로그램 최장수 진행자로 이름을 남기게 됐다. 3년 뒤인 1987년 합류한 김혜영은 이듬해 결혼식 날 웨딩드레스 차림으로 방송을 끝내고 식장으로 달려갔다는 일화를 남겼다. 역시 여성 최장수 DJ 주인공이다.

시원하고 통쾌한 멘트로 소시민들의 애환을 달래준 세월만큼 이들의 은퇴를 아쉬워하는 목소리가 높다. 방송사 게시판엔 감사와 응원의 글과 함께 하차를 반대하는 내용도 제법 보인다. 그중에 압권은 “가을 개편 때 복귀하세요”가 아닐까.

김희돈 교열부 부장 happyi@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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