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푸디토리움의 명반시대] 19. 브루노 메이저 ‘A Song for Every Moo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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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곡할 때 사용하는 악기에 따라 음악의 성격이 달라질 수 있을까요? 가끔 호기심이 생기는 질문입니다. 특히 노래하는 뮤지션들의 경우, 음악을 만들 때 어떤 악기를 사용하는지에 따라 노래의 색깔이 완연하게 달라질 수 있다면 어떤 음악에 어울리는 악기가 어쩌면 정해져 있는 것이 아닐까요. 본인이 작곡과 작사를 하고 노래를 직접 하는 뮤지션을 보통 우리는 ‘싱어송라이터’라고 말하는데요. 저는 특히 싱어송라이터 음악인 경우 노래를 들으며 이 음악을 만든 사람은 기타를 치면서 노래를 만들었을까? 아니면 피아노를 치면서 노래를 만들었을까? 거꾸로 음악을 들으며 혼자 상상을 해 보는 습관이 있습니다. 제가 지금까지 좋아하는 곡들을 살펴보면 피아노나 건반을 다루는 작곡가가 만든 곡들이 대부분이던데요. 아마 제가 피아노를 연주하는 사람이어서 그런지도 모르겠습니다. 그런데 이 사람의 음악은 기타를 치며 만들었으면 좋겠다고 생각하는 사람이 있습니다. 바로 영국 출신 싱어송라이터이자 기타리스트 ‘브루노 메이저(Bruno Major)’입니다.

그는 2017년 첫 정규앨범 ‘A Song for Every Moon’을 발매하는데요. 한 달에 한 곡씩 완성하는 자신의 프로젝트를 진행하며 이렇게 1년을 진행해 모인 12곡을 한 앨범에 담았습니다. 이 앨범은 이미 발매 전부터 브루노 메이저의 음악을 들어왔던 애호가들에게 전폭적인 지지를 받았습니다. 발매 날이 언제인지 팬들의 문의가 끊이지 않았다는 후문이 있을 정도지요. 그래서인지 신인 아티스트임에도 발매 후 많은 사람의 입소문을 타며 뜨거운 호응을 얻고 있습니다. 저 역시 브루노 메이저를 이 앨범을 통해 처음 알게 되었지만, 올해의 발견이라고 부르고 싶을 만큼 이 앨범을 무척 좋아합니다. 그리고 올해 가장 많이 들은 앨범 중 하나이기도 하지요. 브루노 메이저의 음악적 커리어의 시작은 재즈 기타 연주자였습니다. 그도 인터뷰에서 자신에게 가장 큰 영향을 준 뮤지션으로 ‘콜 포터’ ‘제롬 컨’ 그리고 ‘로저스 엔 헤머스타인’ 같은 전설적인 재즈 작곡가를 꼽지요. 그리고 가장 좋아하는 뮤지션을 트럼펫 연주자이자 재즈 보컬리스트인 ‘쳇 베이커’라고 말하고요. 그래서인지 그의 음악은 차분하고 서정적인 팝 음악이지만, 예전 재즈 명반을 들었을 때의 아날로그 감성과 재즈의 안락함이 느껴집니다. 마치 그 시대의 재즈 기타 톤으로 연주한 재즈 기타 음반 같다고 할까요. 참 신기하지요. 분명 노래와 가사가 있는 팝 음반인데 이렇게 다른 차원의 감성과 서정성을 뽐낼 수 있다니 말입니다. 이 앨범은 트랙 순서대로 차례로 감상해 보길 권해 드립니다. 한 아티스트의 삶의 시선과 사람의 마음을 요동치게 하는 힘을 고스란히 느낄 수 있을 거예요. 트랙 배열 순서까지도 세심함이 느껴지는 브루노 메이저의 데뷔 앨범은 들을수록 더욱더 매혹적입니다. 김정범 성신여대 현대실용음악학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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