화합으로 대학 안정화… "글로벌 대학 발돋움할 것"

부산닷컴 기사퍼가기

오늘 퇴임하는 전호환 부산대 총장

“1~2달 전에는 하지 못한 게 적지 않아 아쉽다는 생각도 했지만, 지금은 저의 인생에 큰일 하나를 마무리했다는 점에서 마음이 참으로 가벼워졌습니다.”

11일 퇴임식을 갖는 전호환(62) 부산대학교 총장의 4년간 소회이다.

전 총장은 부산대 최초로 공대(조선해양공학과) 교수 출신으로 총장 자리에 올랐다. 하지만 당시 부산대 상황은 매우 어려웠다.

취임 당시 대학 현안·소송 등 산적
정부 설득 BTO 해지금 등 해결
"대학 스스로 더 많은 개혁 추진해야"

“2015년 8월 총장 직선제를 요구하면서 교수님이 건물에서 뛰어내려 희생하는 사건이 발생하고, 당시 총장님이 물러났죠. 그해 11월 직선제 선거가 치러져 제가 당선됐지만, 한동안 임명이 이루어지지 않았습니다.”

6개월 동안 임명을 기다리면서 전 총장은 붓글씨와 등산으로 마음을 다스렸다. 2016년 5월 드디어 부산대 총장으로 임명됐지만, 그의 앞에는 난제가 쌓여있었다.

“당시 학교 현안에 대한 소송이 6~7건이나 진행 중이었습니다. 학내 민간투자사업(BTO)에 연루돼 전전 총장이 법적 책임을 치르는 중이기도 했습니다. 참으로 힘든 시기였습니다.”

당시 그의 심정과 각오는 자신이 써 총장실 입구에 걸어놓은 액자의 글귀에 잘 나타나 있다. ‘부중치원(負重致遠·무거운 짐을 지고 먼 길을 가기 위해서는)/호시우보(虎視牛步·범의 눈과 같은 예리한 통찰력으로 소처럼 묵묵히 걸어가야 한다)/동주공제(同舟共濟·같은 배를 타고 함께 강을 건너는 마음으로)/봉산개도(逢山開道·산을 만나면 길을 내고)/우수가교(遇水架橋·물을 만나면 다리를 놓아 가야 한다).

전 총장은 취임 후 동주공제의 마음으로 구성원 간의 화합과 소통을 통해 대학의 안정화에 역점을 두었다. 이와 함께 예리한 통찰력을 갖고 묵묵히 난제 해결에 나섰다. 정부와 국회를 설득하고 예산을 확보해 드디어 가장 큰 난제였던 효원문화회관 민간투자사업 계약해지금액 등을 해결했다. 또 4차 산업혁명 시대에 필요한 인공지능과 의생명 융합교육을 위해 정보의생명공학대학을 새로 설립하고 예산을 확보한 것도 그의 굵직한 성과 중 하나이다. 이밖에 우리나라 최초로 부산대 부설 국립 예술 중·고등학교(특수학교)도 유치했다.

이런 업적에도 전 총장은 “저 스스로 성공한 총장이라고 생각하지 않는다”며 “학점으로 보면 B 정도일 것”이라고 자평했다. 약학대학의 경남 양산시 이전과 부산시 국립대학 연합대학 문제, 정문 개조 등을 이루지 못했다며 “참으로 아쉽다”고 밝히기도 했다.

전 총장은 “총장 임기 4년은 새로운 일을 하거나 대학을 바꾸기에는 너무 짧은 시간”이라고 말했다. 입학예고제로 인해 학과 설립 후 학생 모집도 3년 후에나 가능하고, 대학건물 하나를 건축하는데도 최소 3년이 걸린다는 설명이다. 그는 이어 “총장 임기 중 계획을 하고 예산을 확보하더라도 사업은 다음 총장에서 완성할 수밖에 없는 구조”라고 덧붙였다.

전 총장은 얼마 전 <와세다대학의 개혁>(부제:재정의 독립 없이 학문의 독립 없다)이라는 책을 발간했다. 전 총장은 “이 책은 재정 개혁을 통해 파탄 직전의 대학을 부활시킨 개혁의 기록보고서로 우리 대학들이 눈여겨봐야 할 정책과 메시지가 많다고 생각했다”며 “이 책이 보여주듯 대학 스스로 개혁과 혁신에 더 주목해야 한다”고 말했다.

전 총장은 퇴임 후 현재 집필 중인 ‘2036 부산대 미래보고서’를 마무리할 계획이다. 2036년이면 부산대는 개교 90주년을 맞는다.

“부산대 구성원들이 공동체 의식을 갖고 각자의 위치에서 역할과 책임을 잘 해낸다면 머지않아 글로벌 국립대학의 이름으로 빛나게 될 것입니다. 그간 많은 사랑을 주신 대학 구성원과 동문, 시민 여러분께 온 마음을 바쳐 감사의 말씀을 전하고 싶습니다.”

임원철 선임기자 wclim@busan.com

사진=강선배 기자 ksun@


당신을 위한 AI 추천 기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