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인3색 性이야기] 승려가 말하는 성과 출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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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원회 부산대 명예교수

겐뒨 체펠(更敦群培)은 신정 일치를 비판하다가 중국 공산당으로부터 옥고를 치르고 병을 얻어 48세의 나이로 타계한 티베트의 승려다. 1951년의 일이었다.

그런데 그의 이론 중에 ‘정열은 감추어진 사고의 표출이며 성, 그로 인한 즐거움, 오르가슴 등은 모두 영적 행로의 중요한 부분들’이라는 내용이 있다. 오르가슴에서 얻는 감각은 우리 몸에서 비슷한 것조차 없다. 잠시지만 강한 환희마저 뒤따라와 종교적 설명을 떠나 수긍되는 일면도 있다고 본다. 그의 이론에서 얻어지는 놀라움은 여기서 끝나지 않는다. 승려였던 그가 의학과 성학을 합쳐놓아도 알기 힘들, 아니 아무도 생각도 못 했을 얘기를 한 것이다.

사람을 제외한 포유동물들을 보면 질의 위치가 상당히 뒤쪽에 있다. 당연히 이들은 뒤쪽에서 교미한다. 그런데 인간은 두 다리로 서서 얼굴을 맞대고 상대하기 시작하면서 질도 상당히 앞쪽으로 위치하게 되는데, 드물지만 뒤쪽으로 꽤 치우쳐 있는 여자들도 있다. 성 고민 중에는 가끔 자기 아내의 질이 너무 뒤에 위치해 관계 때 어려움이 있다는 호소도 있다. 이들에게 해줄 수 있는 얘기는 대개 히프 밑에 베개나 방석을 받치고 하라든가, 더 좋기는 배위(뒤에서 하는 자세)를 하라고 권유하는 것이다.

사람의 출산이 동물에 비해 어려워진 것은, 그래서 심한 조산아를 낳게 된 것은 지능의 발달 때문에 머리가 커진 탓도 있지만 두 발로 섰기 때문에 골반이 뒤로 젖혀진 것도 또 다른 이유다. 이에 골반이 조금 덜 젖혀진 사람은 출산 때 비교적 순산을 하게 된다고 생각할 수 있다.

겐뒨의 책을 처음 읽으면서 나는 깜짝 놀랐다. 사람이 쓴 글이 아닌 것 같은 느낌을 받기까지 했다. 이렇게 썼다. ‘히프가 큰 여자는 질이 앞쪽으로 위치해서 정면에서 성교하기 편하기는 하지만 출산 때는 동통이 심하고 난산의 염려가 있다. 반대로 배가 큰 여자는 질이 비교적 뒤쪽에 위치하는데 관계할 때는 뒤쪽에서 하거나 여자의 다리를 남자의 어깨에 올려놓고 하는 것이 좋다. 이들은 출산 때 많이 아프지 않으며 대부분 순산을 한다.’ 이는 어느 산과 책에도, 어느 성학 책에도 없는 얘기다. 성학과 의학이 접목되었을 때만 비로소 그 가능성을 예견이나마 할 수 있는 내용이다.

그는 길지 않은 삶 중 13년을 인도와 스리랑카에서 살았다. 인도에서는 ‘사티(Sati, 남편이 죽어 화장할 때 아내가 그 불 속에 뛰어 들어가야 하는 인도 풍습)’를 반대하였다 하여 친영파(親英派)로 비난받기도 했다. 그의 책을 영어로 번역한 홉킨스는 그가 카마수트라를 비롯한 많은 그곳의 성전(性典)들을 읽었으며 적어도 두 명 이상의 여자와 관계가 있었을 것으로 추측했다. 그래도 성전의 원저자들도 못 한 얘기를 할 수는 없다고 본다. 불가사의라 아니할 수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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