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0년 ‘희망고문’ 결과는 반쪽짜리 도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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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산의 한 도로가 ‘장기미집행 도시계획시설 일몰제’에 포함되면서 주민들이 30년을 기다린 도로가 ‘반쪽짜리’ 도로로 전락했다.

부산 금정구는 올해 초 부산대 일원 주거지 재생사업인 추진 중인 ‘소로 1-3’ 도로 개설 계획을 변경했다고 11일 밝혔다. 당초 상남국제회관 아래쪽 골목에 너비 10m, 길이 144m의 도로를 뚫을 계획이었으나, 길이 80m만 뚫는 것으로 바꿨다. 금정구는 땅을 일부 매입하는 등 도로 개설을 위한 절차를 진행했으나, 예산이 부족해 도로를 계획한 대로 끝까지 뚫을 수 없다는 입장이다.

부산대 상남국제회관 아래 골목
길이 144m서 80m로 계획 축소
예산 없는 데다 일몰제까지 겹쳐

이곳은 1990년도에 도시계획선이 그어졌지만 수십 년째 도로 개설 계획은 ‘감감 무소식’이었다. 현재 이 일대에는 ‘금강로 321번 안길’이라는 너비 3m가량의 좁은 골목길만 놓여 있다. 소방차 진입도 어려울 만큼 좁은 데다, 길이 굽어 있어 차량 두 대가 교행하기도 힘들다. 2017년 도로 개설 계획이 발표되자, 그동안 도시계획선이 그어진 탓에 재산권을 행사할 수 없었던 이 일대 주민들은 크게 반겼다. 그러나, 도로를 절반만 뚫는 것으로 계획이 변경되자, 주민들은 “30년 동안 희망 고문하더니 끝내는 주민과의 약속을 저버렸다”며 분통을 터뜨렸다.

게다가 이 도로가 장기미집행 도시계획시설 일몰제에 해당돼 오는 7월 1일이 되면, 도로 개설 계획마저 사라진다. 장기미집행 도시계획시설 일몰제는 정부와 지자체가 도로, 공원 등을 만들기 위해 고시한 도시계획 시설 중 10년 이상 사업을 벌이지 못할 경우 계획을 해제하는 제도를 말한다. ‘도시공원 일몰제’도 이에 해당하며, 올해 7월 1일부로 전국 지자체에서 일몰제가 시행된다.

주민들은 이 일대의 경우 도로개설 계획이 진행 중인 만큼, 일몰제 기간을 연장해서라도 계획대로 길을 내줄 것을 요구하고 있다. 주민 이 모(66) 씨는 “2019년 주민과의 대화에서도 계획대로 추진하겠다고 약속하고는 이제 와서 일몰제 핑계를 대는 것은 공무원들의 비겁한 핑계”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금정구는 오는 7월 일몰제로 인해 도시 계획이 사라지는 곳이 금정구에만 24곳에 달해, 이곳만 특별히 일몰제에서 제외하는 혜택을 줄 수는 없다는 입장이다. 금정구 건설과 관계자는 “현재 80m 도로를 뚫는 계획도 보상비 6억 원을 추가 확보해야 하는데, 이마저도 불확실한 상황”이라면서 “기존에 뚫려 있는 길까지는 연결되도록 해 도로로서의 기능을 할 수 있도록 최대한 노력하겠다”고 덧붙였다.

서유리 기자 yoo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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