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을 여는 시] 달의 얼굴을 만지는 시간 / 김예강
나의 노래는 나의 노래 뒤
나는 한밤중의 빗소리 나는 한낮의 햇살
나는 새벽 안개 나는 저녁 구름
나는 홀로 붉어진 카페
나는 화원의 브런치
구름 위로 비행기가 날아가는 말
나의 창에 내린 커튼은 흰
햇볕도 사이사이 흰
커튼 사이로 보이는 수평선
길어서 다 읽지 못하는 한 줄
모두 밤의 일
내 손이 내 얼굴을 껴안아
나의 노래는 나의 노래 뒤
나는 눈발 속의 눈송이 나는 흰 벽
나는 날고 싶은 커튼 흐린 날의 커튼
나는 조금씩 완성되어가는
나는 조금씩 사라지는
나의 노래는 나의 노래 뒤
-김예강 시집 중에서-
잠들지 못하게 하는 어떤 정념이 있다면 그 외로움과 두려움과 달콤함을 경험해 본 사람이라면 이 시는 쉽게 읽힐 것이다. 밤은 때때로 불가능한 것도 가능하게 해주는 힘이 있다. 깊은 밤 홀로 깨어 서성이다 창을 열고 하늘을 본 적이 있는가. 거기, 부르면 언제든지 달려오는 슈퍼맨처럼 달이 있다. 달빛은 외로운 내 존재를 껴안아 주고 나는 가만히 달의 얼굴을 만진다. 그것은 ‘내 손이 내 얼굴을 껴안’는 것. 그런 밤에는 나에게 무슨 일이 일어나는가. 조금씩 완성되고 조금씩 사라지는 내가 있고 달이 있다. 펼쳐진 두 페이지처럼.
김종미 시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