행인 없었기 망정이지… 송도해안산책로 덮친 바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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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3일 낙석사고로 폐쇄된 부산 서구 송도해안산책로 입구. 아래 사진은 산책로 1번과 2번 출렁다리 사이에 떨어진 바위. 박혜랑 기자·부산 서구 제공

빼어난 절경을 자랑하는 부산 송도해안산책로에 바위가 추락하는 사고가 발생해 산책로가 임시 폐쇄됐다. 다행히 지나가는 사람이 없어 인명피해는 없었지만 낙석위험이 있음에도 산책로 조성 이후 단 한 번도 정밀점검을 하지 않은 부산 서구가 책임을 피하기는 어려워 보인다.

서구에 따르면 지난 3일 오전 8시 30분께 서구 암남동 송도해안산책로 바로 옆 사면에서 가로, 세로 약 1m 크기의 현무암 재질 퇴적암이 산책로로 추락했다. 바위가 사면을 굴러 2~3m 높이의 낙석방지책을 뚫고 산책로 덱으로 떨어진 것이다. 이 사고로 덱 3m 가량이 파손됐으며, 철로 된 난간이 부서져 완전히 주저앉았다. 서구청 관계자는 “민간 전문가가 사고 직후 육안으로 확인한 결과, 자연적으로 현무암이 이탈한 것으로 추정하고 있다”며 “정확한 원인 파악을 위해 현재 한국지반연구소에 정밀점검을 맡긴 상태”라고 말했다. 추가 낙석 우려로 현재 송도해안산책로는 무기한 폐쇄됐다.

3일 오전 1m 크기 바위 떨어져
철제 난간 부서지고 덱도 파손
추가 낙석 우려해 산책로 폐쇄
부산 서구 10년간 정밀점검 안 해
낙석방지책도 전혀 교체 안 돼

2010년 8월 송림공원 재정비 때 조성된 송도해안산책로 주변으로는 송도해수욕장과 송도오토캠핑장, 송도해상케이블카, 암남공원 해녀촌 등이 위치해 관광객이 많이 찾는 부산의 대표 명소다. 관광객과 산책객이 많은 오후 시간대에 돌이 떨어졌다면 큰 사고로 이어졌을 가능성이 높다. 송도해안산책로 인근에서 식당을 운영하는 김 모(44) 씨는 “날씨가 풀리면서 해안산책로에 낚시꾼들과 바다를 구경하려는 관광객들이 많이 온다. 송도해상케이블카가 생기고 나서 산책로를 이용하는 사람들이 많아졌다”며 “사람이 지날 때 저렇게 큰 돌이 떨어졌다면 생각만 해도 아찔한데, 이제 무서워서 어떻게 저기를 지나다니겠냐”고 말했다.

서구는 2010년 조성 당시는 물론 현재까지 단 한 차례도 낙석 위험에 대한 정밀점검을 실시하지 않았다. 해안산책로 바로 옆 사면이 정밀점검 대상이 아니라는 이유로 육안검사만 해 온 것으로 확인됐다. 게다가 돌이 떨어지는 것을 방지하기 위해 설치해 놓은 낙석방지책도 조성된 이후 교체된 적이 없다.

전문가들은 송도반도의 지질 자체가 낙석 위험이 높지 않다고 보고 있다. 다만 산책로를 조성하면서 낙석위험이 있는 ‘뜬 돌’들이 생겼을 가능성이 높고 이를 관할 구청이 제대로 관리하지 않아 이 같은 사고가 난 것으로 추정한다.

부산대 손문 지질환경과학과 교수는 “송도해안산책로 인근 사면은 퇴적암으로 이뤄져 있다. 날이 따뜻해지는 해빙기에는 돌 틈으로 물이 들어가 돌이 떨어져 나갈 가능성이 높다”며 “특히 사람이 지나다니는 해안가 주변의 돌 상태는 관할 구청이 수시로 점검해서 뜬 돌을 제거하거나 고정하는 등의 조치를 취해야 한다”고 말했다.

서구청 관계자는 “해안 산책로에서 낙석사고가 일어난 것은 처음이다. 정확한 원인을 파악하지 전까지는 해안산책로를 폐쇄하고 정밀점검 결과에 따라 보수작업을 하겠다”고 말했다.

박혜랑 기자 rang@bus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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