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펫플스토리] 사료처럼 생긴 이것, 산책길 ‘위험한 유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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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료와 모양이 비슷해 착각하기 쉬운 유박 비료.

지난달 27일 온라인 커뮤니티에는 ‘유박 비료 때문에 강아지가 죽었다’는 제목의 글이 게재됐다. 글에 따르면 A 씨의 반려견은 산책 중 구수한 냄새가 나는 알갱이를 먹은 후 며칠간 불편함을 호소하다 결국 죽었다. 산책 중 반려견이 먹은 알갱이는 바로 ‘유박 비료’다. 유박 비료는 봄이나 여름철 공원, 아파트 산책로, 화단 등에 식물의 생육을 촉진하기 위해서 뿌리는 유기질 비료다. 반려견의 생명을 앗아간 유박 비료는 무엇일까.


공원·화단에 많이 뿌리는 ‘유박 비료’
청산가리보다 6000배 강한 독성물질
사료와 형태 비슷하고 고소한 냄새
섭취 땐 병원서 바로 응급처치 받아야


■유박 비료 청산가리보다 위험?

유박 비료는 피마자(아주까리), 참깨, 들깨 등의 기름을 짜고 난 찌꺼기로 만든 비료다. 식물 성장에 필요한 여러 가지 성분을 가지고 있어 비료로 널리 사용되고 있다. 식물 성장에 도움이 되는 유박 비료가 왜 반려동물의 생명을 위험하게 만드는 걸까. 문제는 피마자에 포함된 리친(ricin)이라는 성분이다. 리친은 청산가리보다 6000배나 더 강한 독성물질을 가지고 있어 체중 60kg 기준 성인의 치사량이 18mg에 불과할 정도로 위험하다. 특히 사람보다 몸이 작은 반려동물에겐 더욱 치명적이다. 미국질병통제예방센터(CDC)에서는 리친을 생화학 테러 물질 B군으로 분류해 엄격히 관리하고 있다.

무엇보다 유박 비료는 손톱만 한 갈색의 알갱이로 펠릿 형태의 모양을 하고 있어 사료와 생김새가 비슷하다. 고소한 냄새를 풍기기 때문에 반려동물이 사료로 착각해 섭취하는 경우가 많다. 현재 유박 비료 사용을 제재하는 규정이 없기 때문에 사고 예방을 위해서는 보호자들이 아파트 화단이나 꽃이 있는 곳을 지날 때 더욱더 주의를 기울이는 방법 외에는 없다.

부산정관동물병원 아산동물의료센터 한상진 원장은 “최근 날씨가 좋아지고 사회적 거리 두기가 완화되면서 반려견을 데리고 산책을 하는 사람들이 늘고 있다”며 “유박 비료는 고소한 냄새를 풍기고, 사료와 형태가 비슷해 산책 시 특히 아파트 화단이나 꽃이 있는 곳을 지날 때 흙이나, 땅에 떨어진 것을 먹지 않도록 보호자가 각별히 신경 써야 한다”고 말했다.



■반려동물, 유박 비료 섭취 시 행동 요법

반려동물이 유박 비료를 섭취하거나 흡입할 경우 심각한 중독 증상을 일으킬 수 있다. 유박 비료를 섭취한 반려동물은 출혈성 설사, 구토, 발작, 복통, 혼수상태 등 급격한 컨디션 저하 증상을 보인다. 특히 리친이라는 성분은 반려동물의 위장 관계 괴사를 일으킨다. 이 때문에 반려동물이 혈액성 설사, 구토 등의 증상을 보이는 것이다.

반려동물이 유박 비료나 독극물 등을 먹었다면 보호자들은 바로 구토를 유발해 입안에 든 것을 뱉어내게 하는 것이 좋다. 그러나 현실적으로 일반인들이 구토 유발 같은 응급처치를 하기는 힘들어 병원에 바로 달려가 진료를 받는 것이 가장 좋다.

한 원장은 “반려견이 유박 비료을 섭취했을 경우 바로 병원으로 와 진료를 받아야 한다”며 “먼저 구토 유발제와 주사로 구토를 유발하고, 위세척을 진행한 후 탈수와 장기 손상을 막기 위해 입원을 시켜 수액 처치와 대증치료를 해야 한다”고 설명했다.

그는 이어 “위에 들어갔다고 바로 소화가 되는 것은 아니다. 독극물의 경우 빠른 응급처치로 독성 물질이 혈액에 흡수되는 양을 최대한 줄여야 생존율이 높아진다”며 “현재 유박 비료는 특별한 해독제가 없어, 리친의 체내 흡수를 최소화하는 것이 가장 중요한 치료법이다”고 말했다.

박진홍 선임기자·김수빈 부산닷컴 기자 suvely@bus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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