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분양 불패’ 흔들리는 부산, 부동산 ‘빙하기’ 임박

박태우 기자 wideneye@bus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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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산 황령산 전망대에서 바라본 서면 방면. 부산 황령산 전망대에서 바라본 서면 방면.

오는 8월부터 비규제지역인 부산에서도 아파트 분양권 전매가 금지되면서 분양 흥행으로 지탱해 온 부산 부동산시장이 또다시 장기 침체 터널에 빠질 위기에 처했다.

정부는 이번 조치를 통해 청약시장에 몰리는 투기수요 유입을 억제해 청약 시장을 실수요자 위주로 재편하겠다는 방침이다. 하지만 부산 등 비수도권 대규모 미분양을 우려한 건설사들의 ‘수도권 공급 쏠림’ 현상이 가속화할 공산이 커 무주택자의 ‘내 집 마련’이 더 어려워질 수 있다는 전망이 나온다.


8월부터 아파트 분양권 전매 금지

투자 수요 빠져 청약경쟁률 하락

미분양 우려 수도권 공급 쏠릴 듯

분양 후 입주까지 ‘깜깜이 장세’

무주택자 “초피에도 못 사” 불만



동의대 강정규 부동산대학원장은 “이번 조치는 분양권 전매에 국한됐다고 해도 해·수·동 조정대상지역 해제 효과 소진과 코로나19 사태로 조정에 들어간 부산 부동산시장이 추가 충격파로 인해 장기 침체 국면으로 접어드는 변곡점이 될 수 있다”고 진단했다.

당장 8월 이후 분양하는 신규 아파트의 경우 투자수요가 빠지면서 청약 경쟁률이 3분의 1 수준으로 떨어지고, 미분양이 속출할 수 있다는 말도 나온다. 이는 결국 1군 건설사들이 부산 등 비수도권에서 신규 공급을 꺼리면서 주택시장의 심각한 수급 불균형을 초래하는 결과로 이어질 수 있다.

한 대기업 건설사 부산사무소 관계자는 “청약 경쟁률이 10 대 1은 돼야 분양 안정권이라고 보는데, 가수요가 없어지면 부산에서도 웬만큼 사업성이 좋은 입지를 제외하고는 경쟁률이 한 자릿수로 떨어질 것”이라며 “미분양 리스크를 줄이려는 건설사들은 실수요만으로도 완판이 가능한 서울로 몰려갈 듯하다”고 말했다.

여기에다 이번 조치로 부산에서 미분양관리지역으로 남아 있는 부산진·기장·영도지역까지 무차별 규제에 직면하게 되면서 향후 이들 지역의 주택 공급이 더 타격을 받을 가능성이 커졌다.

일부 무주택자 사이에서는 정부의 정책 취지와 달리 내 집 마련이 되레 어려워졌다는 푸념도 나온다. 직장인 김 모(37) 씨는 “청약 가점이 어정쩡해 청약에서 떨어지면 ‘초피(분양권에 붙는 첫 웃돈)’를 주고라도 사려고 했는데, 결국 ‘막피’까지 다 물고 입주하든지 새 아파트 구입을 포기할 수밖에 없게 됐다”고 말했다.

기존 아파트 시장도 거래가 위축되는 등 전반적인 침체를 면할 수 없을 것으로 보인다. 분양 후 입주 때까지 2~3년간 시세를 가늠할 수 없는 ‘깜깜이 장세’가 불가피하기 때문이다. 신규 분양 아파트에 형성된 프리미엄이 인근 아파트 가격을 밀어올리고, 다시 분양 흥행으로 이어지는 ‘시너지 연쇄고리’가 끊어지게 된 셈이다.

이 때문에 벌써부터 시중 유동 자금이 이번 규제를 피할 수 있는 기존 분양권이나 유망 재건축 아파트로 쏠리는 조짐이다. 해운대와 수영구 등의 일부 인기 아파트 분양권은 반사이익을 노린 매도자들이 앞다퉈 매물을 거둬들이면서 매물 잠김 현상도 나타나고 있다. 결국 이번 규제로 부산에서도 ‘똘똘한 한 채’로 대변되는 부동산 초양극화 시대가 본격적으로 도래할 것이라는 게 상당수 전문가의 관측이다.

박태우 기자 wideneye@busan.com


박태우 기자 wideneye@bus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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