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밀물썰물] 사라진 무인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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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끔 ‘남쪽 바다의 무인도를 하나 가졌으면…’ 하는 생각을 할 때가 있다. 사람의 흔적이라곤 전혀 없는 무인도에서 바람과 파도 소리에 몸을 내맡긴 채 며칠 지낸다면 어떤 느낌이 들지 상상해 보는 것이다. 무인도는 묘한 호기심과 함께 미지의 장소에 대한 두려움 등이 혼재된 곳으로 떠오른다.

바다가 있어 존재를 얻게 되는 무인도는 해양수산부 무인도서 종합정보제공 홈페이지에 따르면 ‘바다로 둘러싸여 있고 만조 시에 해수면 위로 드러나는 자연적으로 형성된 땅으로서, 사람이 거주하지 않는 곳’으로 규정돼 있다. 이런 무인도가 부산 관내에는 모두 45개, 경남에는 484개가 등록돼 있다. 전국에는 2878개로, 이중 약 61%인 1746개가 전남에 몰려 있다.

무인도는 자연 생태적 가치가 매우 높아 중요한 자원으로 관리된다. 우선 해양생태계의 보고로서 무궁무진한 활용 가치가 있다. 최근에는 해양레저 산업에 대한 관심이 늘면서 해양관광·레저의 핵심 자원으로서 미래가치도 인정받고 있다. 정부도 무인도의 중요성을 고려해 ‘절대보전, 준보전, 이용가능, 개발가능’의 4가지 유형으로 지정해 관리하고 있다.

그런데 최근 부산에서 이러한 무인도 한 곳이 인공적인 힘에 의해 사라졌다. 행정구역으로 부산 강서구 성북동에 속했던 ‘토도’다. 부산신항 북 컨테이너부두와 남 컨테이너부두로 들어가는 입구에 위치해 입항하는 대형 선박들의 안전을 위협한다는 지극히 인간적인 필요에 의해 지도상에서 사라진 것이다.

해발 고도 32m, 물속에 잠긴 부분을 포함한 전체 면적이 2만 4400여㎡였던 토도는 2017년 7월부터 시작된 제거 공사가 완료되면서 부산신항 앞바다에서 완전히 자취를 감췄다. 이로써 부산의 무인도 숫자도 44개로 줄었다.

부산신항은 토도 제거의 대가로 18m의 수심을 확보해, 한층 편리하고 안전한 항로 운용을 할 수 있게 됐다. 시간을 가늠할 수 없는 태곳적부터 한자리를 지켜왔던 토도가 오직 부산신항의 도약과 발전을 위해 그 자리를 양보한 셈이다. 부산신항의 경쟁력을 고려한다면 어쩔 수 없는 선택이라고 여겨지지만, 그래도 토도가 땅에서 뿌리째 뽑히는 고목처럼 바다라는 자신의 땅에서 뽑혀 사라지는 모습에 마음이 짠해지는 것은 어쩔 수 없다.

부디 부산신항이 이를 계기로 더욱 세계적인 항만으로 거듭나 토도의 희생이 헛되지 않았으면 하고 바랄 뿐이다.

곽명섭 논설위원 kms01@bus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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