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죄송하다”만 6번 반복… 1분짜리 무성의한 사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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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거돈 경찰 조사

경찰 조사를 받기 위해 소환된 오거돈 전 부산시장이 22일 오후 부산 경찰청에서 소환조사를 마친 뒤 청사를 나서며 기자들의 질문을 받고 있다. 김경현 기자 view@

29일 만에 이뤄진 공식 입장 발표 시간은 단 1분이었고, 오거돈 전 시장은‘죄송합니다’만 6번 반복했다. 시민들은 진심은 없고 사과에 너무 무성의하다고 비난했다.

성추행 파문으로 사퇴한 오거돈 전 부산시장이 22일 경찰 소환 조사 직후인 22일 오후 10시 부산경찰청 1층 출입구 앞에서 공식 입장을 발표했다. 약 14시간에 걸친 경찰 소환 조사가 끝난 직후였다.

14시간 조사 직후 입장 표명
취재진에 귀가 동선 막히자
울며 겨자 먹기식 발표한 듯
시민들 “진심 없다” 실망·비난

오 전 시장이 공식적으로 입장을 밝힌 건 지난달 23일 사퇴 기자회견 이후 29일 만이다. 오 전 시장은 사퇴한 이후 현재까지 성추행, 공직선거법 위반 등 각종 의혹에 대해 침묵으로 일관해왔다.

이날 오 전 시장은 자신의 성추행 행위와 시정 혼란에 대해 진심을 담아 사과하기보다는 형식적으로 ‘죄송합니다’라는 말만 반복한 뒤 도망치듯 자리를 떠났다.

오 전 시장은 이날 “부산시민 여러분께 실망을 끼치고 특히 피해자분께도 죄송하게 생각한다”며 “경찰 조사에 충실히 임하고 있다”고 짧게 말했다. 오 전 시장이 직접 공식 입장을 표명하는 데 걸린 시간은 20초 정도에 불과했다.

또 취재진 질문은 4개로 제한됐다. ‘사퇴 시점을 조율했느냐’ ‘피해자에게 하고 싶은 말은’ 등 질문에 대해 오 전 시장은 ‘죄송하다’는 짧은 사과만 6번 반복했다. 취재진의 질문이 끝나자, 오 전 시장은 곧바로 경찰 보호를 받으며 승용차로 향했다.

이렇게 오 전 시장이 취재진 앞에 선 시간은 단 1분이었다. 한 달 만에 나타나 공식 입장을 전달하기에는 너무 짧은 시간이라는 지적이 일었다.

이 같은 오 전 시장의 태도에 시민들은 ‘진심이 없는 무성의한 입장 표명’이라며 분노했다.

시민 박 모(70) 씨는 “경찰 조사까지 받았으니 성추행 사건 등 그동안 의혹에 대해 진솔하게 말하고 반성할 줄 알았다. 그런데 자기가 하고 싶은 말 몇 마디만 하고 가는 모습에 실망했다. 사람을 정말 잘 못 봤다”고 말했다.

이처럼 ‘안 하느니만 못 한’ 입장 표명은 오 전 시장의 ‘진심’이 아니라 ‘울며 겨자 먹기’로 어쩔 수 없이 이뤄졌다는 분석이 나오고 있다. 이날 오 전 시장이 비공개로 경찰에 소환되자, 취재진은 오 전 시장의 귀가 동선으로 추정되는 모든 출입구에서 대기하고 있었다. 자칫 오 전 시장이 조사 후 몰래 귀가하는 모습이 취재진에 목격돼 기사화될 경우, 오 전 시장의 이미지는 걷잡을 수없이 추락할 우려가 높았던 것이다. 특히 그 과정에서 안전사고도 발생할 수 있었다.

따라서 이번에 이뤄진 입장 표명은 오 전 시장의 의지와 상관없이 이미지 추락과 안전 문제를 막기 위해 열렸다는 의견에 무게가 실리고 있다.

한편 오 전 시장은 지난달 23일 사퇴한 이후 경남 거제 등지에서 잠적해 지내다 한 달 만에 경찰 소환 조사를 받기 위해 공식 석상에 모습을 드러냈다.

김 형·서유리·이우영 기자 moon@bus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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