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린이는 어른의 거울, 선생님들도 수칙 잘 지켰으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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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등 1학년 등교 앞둔 표정

초등학교 첫 등교를 하루 앞둔 26일 부산 해운대구 한 가정에서 김정현 씨가 자녀 허윤제 양에게 마스크 착용법을 일러주며 개학 준비를 하고 있다. 이재찬 기자 chan@

“나이 어린 학생일수록 선생님이 일러 준 생활수칙을 훨씬 더 잘 지킨다고 생각해요. 아이들에게 무단횡단을 하면 안 된다고 가르치면 무슨 일이 있어도 무단횡단을 하지 않는 것처럼요.”

초등학교 첫 등교를 하루 앞둔 26일. 부산 해운대구 해강초등 1학년 허윤제(7) 양과 어머니 김정현(37) 씨는 학교에서 내준 준비물 리스트를 보며 개인 물품을 가방에 챙겨 넣었다. 리스트에는 손세정제와 일회용 비닐위생장갑, 마스크 여유분 1개 등은 물론이고 개인수저 사용도 가능하다고 적혀 있었다.

학부모, 자녀 물품 챙기느라 긴장
교사들 수업 시간 마스크 사용 당부
아이들 거리 두기 학교 생활 통해
새 공동체 방식 배울 기회 기대도
유치원생·고2·중3도 등교 시작

“시간표도 미리 알려주던데 쉬는 시간이 딱 5분이더라고요. 아마 화장실 정도만 다녀올 수 있게 한 것 같아요. 지정화장실을 사용해야 하고, 등교시간도 학년별로 다 다르게 돼 있더라고요. 걱정은 되지만, 집과 학교에서 철저히 준비한다면 등교개학에 반대하지 않아요. 언제까지 등교를 미룰 수만은 없으니까요. 단, 어른들이 아이들을 위해 수칙을 잘 지켜 줘야 한다고 생각해요.”

지역 ‘맘카페’에 올라온 교사들의 글을 보니 누군가는 등교를 앞두고 마트도 가지 않는다고 했고, 누군가는 아예 사람 많은 곳은 가지도 않는다고 했다. “아이들을 생각하는 교사의 마음이 느껴졌어요. 교사들도 준비를 많이 하고 있는 것 같아요. 그래도 학부모로서 부탁을 하나 하자면, 교사들이 힘들더라도 비말을 퍼뜨리지 않기 위해 수업할 때 마스크를 꼭 써 줬으면 좋겠어요. 아이들이 그것도 보고 배우잖아요.” 김 씨는 아이들이 학교에 가면 ‘거리 두기’ 수칙은 물론 나와 남을 지킬 수 있는 마음가짐까지 배워 올 것이라고 믿고 있다.

“코로나19가 없어져도 감염병은 영영 없어지는 게 아니잖아요. 오히려 강력해지고 있고요. 부모 세대가 학교 다닐 때 배우지 못했던 새로운 공동체 생활방식을 아이들이 학교에서 배워 와 부모에게 가르쳐 줄 수도 있어요.”

김 씨는 그러나 최근 등교 찬반 논란에서 맞벌이 가정 대 외벌이 가정, 워킹맘과 전업맘의 대결 구도로 몰고 가는 것에는 반대했다. “집집마다 사정이 다르고, 교육철학이 다를 수 있지만 다들 아이들을 생각하는 마음의 출발점은 같잖아요.”

석 달간 기다려 온 등교를 하루 앞두고 윤제 양은 “새 친구와 선생님을 만날 생각에 내일이 기다려진다”고 했다.

부산 연제구 과정초등 1학년 이승준(7) 군의 어머니 임경아(38) 씨는 최근 학교 설문조사에서 최대한 등교를 안 하는 항목에 체크를 했다. “친구들이랑 마음껏 뛰어놀고 부대끼려고 학교에 가는 건데, 친구도 멀리해야 하고 마스크는 늘 써야 하고 엄격한 통제하에 있어야 하니 그렇게 학교 가는 게 무슨 의미가 있나 싶었거든요.” 이 학교는 결국 학년별로 격일, 격주를 병행하는 것으로 결론이 났다. “4학년인 큰아이는 격주, 1학년인 둘째 아이는 격일로 학교에 가 둘의 시간표를 보니 바둑판처럼 복잡하기는 해요. 하지만 가정체험학습까지 하면서 학교에 안 보낼 생각은 없어요. 많은 학부모와 교사들이 최선의 방법을 찾은 것이라고 생각해요.”

다만 임 씨는 아들의 마스크 착용 문제가 가장 큰 걱정이다. “1학년이다 보니 아마 선생님이 벗으라고 하지 않는 한 계속 쓰고 있을 텐데, 땀띠가 날 정도로 갑갑하고 더운 상황을 아이가 잘 견딜 수 있을지 모르겠어요.”

한편, 27일 부산 지역에서는 2만 6710명의 초등학교 1학년 학생을 비롯해 초등 2학년과 유치원생, 고2와 중3이 등교수업을 시작한다. 이날부터 학교에 가는 학생은 모두 16만 9788명이다. 초등학교 304곳 중 격일 또는 격주제를 운영하는 학교는 43곳, 중학교는 171곳 중 50곳, 고등학교는 151곳 중 17곳이다. 격일·격주제 학사일정으로 긴급돌봄이 필요한 경우 돌봄교실은 정상 운영된다.

이현정 기자 edu@bus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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