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른말 광] 857. 틀린 말버릇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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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진원 교열부장

<“교학사 한국사 교과서로 수능 준비하면 절반은 틀릴 것”>

<김희애 ‘포즈부터 클래스가 틀려~’>

이 두 제목에 나온 ‘틀리다’ 가운데 하나는 틀렸다. 국립국어원에서 펴낸 <표준국어대사전>(표준사전)을 보자.

*틀리다: [Ⅰ]「동사」①셈이나 사실 따위가 그르게 되거나 어긋나다.(답이 틀리다/계산이 틀리다.…)②바라거나 하려는 일이 순조롭게 되지 못하다.(오늘 이 일을 마치기는 틀린 것 같다.…) ③마음이나 행동 따위가 올바르지 못하고 비뚤어지다.(그는 인간이 틀렸어./그 사람은 외모는 출중한데 성격이 틀렸어.)

[Ⅱ]「형용사」→ 다르다.

요약하자면, 사실과 다르거나 올바르지 못할 때 동사로 쓰는 말이고, 형용사로는 쓸 수 없다는 얘기. 이땐 ‘다르다’로 써야 한다는 뜻풀이다.

첫 제목에 나온 ‘틀리다’는 답이 틀렸다는 것이니 동사로 바르게 썼다. 반면, 둘째 제목에 나온 ‘틀리다’는 수준이 다르다는 형용사여서, 잘못 쓴 것. ‘클래스가 틀려’는 ‘클래스가 달라’라야 했다. 아래 문장에 나오는 ‘틀릴 것이다’도 ‘다를 것이다’라야 했다.

“훈련을 통해서 기존 유형에 숙달하는 것이 아니라 새로운 것을 만들어야 한다. 다른 구단과는 전지 훈련의 차원부터가 틀릴 것이다.”

쉽게 말해 ‘틀리다’는 ‘옳지 않다’는 것이고, ‘다르다’는 ‘같지 않다’는 말이다. 지난날 우리는 같지 않아서 서로 다른 것을 ‘틀렸다’고 써 버릇했는데, 알고 보면 틀린 말버릇이었던 것.

“뒤지고 싶어 환장했냐!”

불쑥 끼어드는 차량 운전자가 흔히 듣는 욕설이다. 한데, 알고 보면 저 말은 욕이 아니다. 표준사전을 보자.

*뒤지다: 1. ①걸음이 남에게 뒤떨어지다.(그는 선생님보다 서너 걸음 뒤져 걸었다.…) ②능력, 수준 따위가 남보다 뒤떨어지거나 못하다.(문화 수준이 뒤진 나라.…) ③시간에 있어 남보다 늦다.(내 생일은 그보다 3일 뒤진다.) 2. 어떤 기준에 미치지 못하다.(시대에 뒤진 사고방식.…)

이렇게, 수준이 떨어지거나 기준에 미치지 못한다는 말일 뿐, “죽고 싶으냐”는 뜻은 아닌 것. 저럴 땐 ‘뒤지다’가 아니라 ‘뒈지다’를 써야 했다.

*뒈지다: ‘죽다’를 속되게 이르는 말.(혼자서 그 골방에서 굶어서 뒈지든지 사람들한테 또 몰매를 맞아 뒈지든지 알아서 해라.<한승원, 해일>…)

뭐, 욕설이든 다른 무엇이든 제대로 하자는 얘기다.

jinwoni@bus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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