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파 스님이 들려준 ‘해오라기와 미꾸라지’ 설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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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오라기의 ‘밥’으로 천적 관계인 미꾸라지가 사는 곳에 심한 가뭄이 들었다. 물은 자꾸만 줄어들어 나중엔 조그만 웅덩이에만 조금 남았다.

갈 데 없는 미꾸라지들은 웅덩이로만 계속 몰렸다. 해오라기엔 절호의 기회지만, 미꾸라지엔 매우 위험한 상황이다. 이를 알면서도 어쩔 도리가 없다. 좁은 곳에 많은 미꾸라지가 모이니, 서로 먼저 물을 마시려고 난리 통이 따로 없다. 상공에서 웅덩이 가로 내려앉은 해오라기는 이를 지긋이 바라보기만 할 뿐이다. 반면, 미꾸라지들은 ‘올 것이 왔다’라고 체념한 채 해오라기에 순순히 잡아 먹힐 순간만 기다린다.

그런데 웬일? 해오라기가 눈물을 뚝뚝 흘리는 게 아닌가. “왜 우릴 잡아먹지 않고 눈물을 흘리는가.” 해오라기의 대답이 의외다. “잡아먹으려 했지만, 오도 가도 못하는 너희들 처지를 보니 너무 딱해서 눈물이 난다. 그래서 너희들을 넓은 물가에다 놓아 주려고 한다. 날개를 활짝 펼칠 테니, 살고 싶으면 내 깃털에 힘껏 매달려라.” 죽기 살기로 해오라기의 깃털에 매달린 미꾸라지들의 운명은 어찌 되었을까. 창공을 올라 훨훨 난 해오라기는 자기가 거처하는 높은 산의 소나무 아래에다 미꾸라지를 털어놓았다. 넓은 물가라는 말은 새빨간 거짓이었다. 다시 웅덩이로 날아가 남은 미꾸라지마저 몽땅 옮겨 온 해오라기는 이후 한 마리씩 음미하며 미꾸라지를 즐겼다고 한다.

이야기가 끝난 뒤 이 설화의 의미가 궁금했다. 스님은 “이 시대에 한번 생각해 보라는 것”이라고만 할 뿐이다. 알쏭달쏭함만이 계속 머릿속을 맴돌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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