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MA 컬렉션, 미술관 보고(寶庫) 들여다보기] 65. 열리고 닫힘의 반복, 김홍석 ‘개폐(開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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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개폐’ 열리고 닫힘은 일상에서 일어나는 상반된 개념으로, 어느 한쪽만으로는 존재할 수 없고 반드시 두 개가 공존해야 그 의미를 읽을 수 있다. 마치 대립적인 관계가 존재해야 균형을 이룰 수 있는 우주의 작은 원리와 같은 것이다. 김홍석은 자신의 작업에서 이를 중요한 개념으로 도입하고 집요하게 반복해 갔다.

김홍석(金洪錫, 1935~1993)은 캔버스 표면 위에서 ‘개폐’에 대한 개념을 공간으로 입체화하는 작업을 이어갔다. 그 방식은 아주 단조롭고 반복적이지만 생산되는 작업들은 다양한 가변의 형태로 완성되었다. 마름모 형태의 기하학적 추상과 같은 작품이나 강한 블랙의 미니멀한 추상작품 등 작품의 성향에서 다양함보다 완성도를 높여 가는 방식의 작업을 추구했다.

실을 이용한 단색의 작품은 그의 역작으로 꼽을 수 있다. 멀리서 보면 연필 드로잉과 같은 느낌이지만 가까이에서 보면 실이라는 극히 일상적인 물질의 특성이 와닿는다. 캔버스 천 위에 한 땀 한 땀 실로 엮어 내는 반복적인 행위를 통해 가변적인 형태를 구성하고 질서 정연한 모양을 갖춘다. 여기에 다시 실을 자르거나 긁어내는 행위를 도입해서 만들어진 질서를 해체하는 방식을 더한다. 해체 행위 뒤의 실은 분리되어야 할 캔버스와 합체되고 안착되는 묘한 현상으로 완성되는 독특함으로 나타난다.

작품에서 반복되는 행위는 일상에서 나타나는 무료함과 그 속성을 행위를 통해 보여 주는 작가만의 방식이기도 하다. 실에 옅은 색을 먹이는 경우도 있으나 대부분의 실 작업은 흰색계열의 단색으로 완성했다. 실을 이용한 작품은 1970년 중반에 본격적으로 이루어졌다. 반복되는 행위를 통해 나타나는 단조로움, 단색으로 만들어 가는 가변의 형태, 이러한 작업 성향은 한국미술사의 맥락에서 단색화와 실험미술이라는 두 경향이 존재했던 시기와 시간적 접점을 연결해 볼 수 있고, 기법적 유사성이 있다는 점에서 더 깊이 있는 연구가 기대되는 흥미로운 부분이다.

김해에서 태어난 작가는 부산에서 미술공부를 하고 부산에서 후학을 육성하는 데 몰두했다. 58세의 비교적 젊은 나이로 타계한 만큼 외래로부터의 정보나 영향이 크지 않았던 것으로 보는 경우도 있다. 따라서 작가의 작품은 독자적 방식으로 완성된 작가만의 화풍으로 그 우수성을 가늠해 볼 수 있다.

부산시립미술관에서는 9월 8일까지 부산미술을 조명하는 ‘60~70년대 부산미술-끝이 없는 시작’전을 개최하고, 김홍석 작가의 작품을 심도 있게 감상할 수 있는 별도의 공간을 마련해 공개하고 있다.

정종효 부산시립미술관 학예연구실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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