군 병력 1600명 워싱턴DC 진입 대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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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일(현지시간) 미국 오클라호마주 노르만 경찰서 앞에서 시위대가 손을 등 뒤로 한 채 바닥에 엎드려 경찰의 과잉진압으로 사망한 플로이드의 체포 당시 모습을 묘사하고 있다. AP연합뉴스

백인 경찰의 과잉진압에 따른 흑인 사망 사건에 항의하는 미국 전역의 시위가 8일째로 접어들었다. 미국 국방부는 워싱턴DC에서 인종차별 반대 시위가 계속되자 현역 육군 병력을 배치했다.

현지 언론들에 따르면 항의 시위는 2일(현지시간) 오후 수도 워싱턴을 비롯해 뉴욕과 로스앤젤레스(LA), 필라델피아 등지에서 재개됐다.

미 인종차별 항의 시위 8일째
폭력 행위 줄고 시위 규모 늘어
야간통금 40여 개 도시로 확대
4차례 플로이드 추모식이 고비

29개 주 방위군 1만 8000명 배치
이라크 등 중동 파견 병력 규모

퇴역장성들, 군 헬기 동원 비판

워싱턴에서는 수천 명의 시위대가 국회의사당 외곽 잔디밭과 링컨 기념관 앞에 모여 “침묵은 폭력” “정의도 평화도 없다”는 구호를 외쳤다. 시위대는 한쪽 무릎을 꿇은 채 백인 경찰의 ‘목 누르기’에 사망한 조지 플로이드를 추모했고, 철제 울타리 뒤편의 경찰을 향해 “무릎을 꿇어라” “경찰은 누구를 보호하는가”라고 소리쳤다.

뉴욕에서도 수천 명이 질서정연하게 행진하며 경찰의 과잉진압을 규탄했다. 플로이드의 고향인 텍사스주 휴스턴과 LA에서도 시위대가 거리를 가득 메웠다.

플로이드의 부인 록시 워싱턴은 이날 6살 딸 지아나와 함께 남편이 숨진 미네소타주 미니애폴리스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플로이드는 좋은 남자였다. 지아나는 이제 아빠가 없다. 경찰이 그를 우리에게서 앗아갔다”며 흐느꼈다.

밤이 되면 폭력 시위로 돌변하는 상황을 막기 위해 주요 도시들이 ‘역대급’ 야간 통행금지 조치를 속속 도입하고 나섰다. 뉴욕시는 밤 8시부터 다음 날 오전 5시까지 적용되는 통금령을 이틀째 실시했으며, LA카운티는 전날부터 12시간의 통금 조치에 들어갔다. AFP에 따르면 뉴욕과 LA를 포함해 미국에서 40개 이상의 도시가 야간 통행금지를 도입했다.

주 방위군은 이날 현재까지 29개 주에 1만 8000명이 배치됐다. CNN방송은 이런 병력 규모가 이라크, 시리아 아프가니스탄에 파견된 병력과 맞먹는 규모라고 전했다.

주 방위군 사령관인 조지프 렝겔은 기자회견에서 “전국에 걸쳐 지난밤 폭력 행위는 줄었지만, 시위 자체는 오히려 증가세를 보였다”고 밝혔다.

이런 가운데 앞으로 4차례의 플로이드 추모식이 이어질 예정이어서 항의 시위에 어떤 영향을 미칠지 주목된다. 4일엔 플로이드가 숨진 미니애폴리스에서 시민단체가 주관하는 추모식이 열리고, 6일에는 그가 태어난 노스캐롤라이나주 클린턴에서 추모 행사가 개최된다.

이어 유족들은 플로이드의 고향인 텍사스주 휴스턴에서 8일 공식 추모식, 9일에는 비공개 장례식을 열어 플로이드의 마지막 길을 배웅한다. 플로이드의 유해는 휴스턴 메모리얼 가든 묘지에 안장될 예정이다.

2일(현지시간) 미국 로스앤젤레스에서 많은 시위 인파가 구호를 외치며 대치 중인 주 방위군 옆을 지나가고 있다. AP연합뉴스

시위가 8일째 계속되자, 강경진압 태세에 들어간 미 국방부는 2일 수도 워싱턴에 육군 병력 1600명을 배치했다.

조너선 호프만 국방부 대변인은 “군 병력이 수도 지역(NCR)에 있는 군 기지에서 경계 태세를 갖추고 있다”며 “대기 중인 병력에는 군사경찰(헌병)과 보병대대 등이 포함돼 있다”고 밝혔다. 이와 관련, 한 국방부 고위 관료는 해당 병력이 워싱턴으로 이동할 수도 있다고 언급했다고 로이터 통신이 전했다.

이에 따라 백악관을 포함한 주요 시설이 위치한 워싱턴에서 경찰 병력으로만 시위 대응이 어려울 경우 군 병력을 투입하는 것 아니냐는 관측이 나온다.

앞서 마크 에스퍼 국방장관은 워싱턴의 치안 유지를 위해 인근 일부 주에 주 방위군 파견을 요청했으나 버지니아·뉴욕·펜실베이니아·델라웨어 등 민주당 주지사가 있는 4개 주가 이 요청을 거절한 것으로 전해졌다.

폭력 시위가 악화될 경우 주 정부의 요청 없이도 대통령의 판단에 따라 연방군을 투입하는 ‘폭동진압법’이 실제로 발동될지 관심을 끄는 가운데, 시위대 진압에 육군 전투헬기까지 투입되자 퇴역장성들이 “미국은 전쟁터가 아니다”며 한목소리로 거세게 비판하기도 했다.

마틴 뎀프시 전 합참의장은 2일 트위터를 통해 “미국은 전쟁터가 아니며 우리의 시민은 적이 아니다”라고 즉각 반발했다. 토니 토마스 예비역 장군도 트위터에 “미국이 전쟁터라고??? 남북전쟁 같은 내전이나 적들의 침공이 아닌 다음에야 결코 들을 필요가 없는 말”이라고 일갈했다.

샌디 위네펠드 전 합참 부의장은 “문제의 헬기를 몬 조종사 2명이 연방군은 국가의 존립이 위협되는 가장 심각한 상황을 위한 보루임을 상관들에게 상기시켰어야 했다”고 지적했다.

NYT는 “현역군과 예비군의 40% 이상이 유색인종”이라며 “경찰에 의한 흑인사망 규탄에 나선 평화 시위대를 진압하라는 명령에 이들 상당수가 곤혹스러워하고 있다”고 밝혔다.

김경희 기자 miso@busan.com·일부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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