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빠루·해머’까지 등장한 분양형 호텔의 운영권 다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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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일 오전 부산 해운대구 해운대센텀호텔 로비 프런트의 구조물이 파손된 모습. 프런트 시설을 동의 없이 설치하려는 한 호텔 객실 운영사와 이를 막으려는 관리사무소 직원 사이에서 실랑이가 벌어져 경찰이 출동하는 소동이 빚어졌다. 부산경찰청 제공

 
새벽 시간 부산 해운대구의 한 분양형 호텔에서 객실 운영사와 관리사무소 직원들의 충돌로 경찰이 출동하는 소동이 빚어졌다. 관리사무소 측이 객실 운영사에 ‘호텔 프런트’ 철거를 요구하는 과정에서, 직원들이 실랑이를 벌인 것으로 확인됐다.

8일 해운대경찰서와 해운대센텀호텔에 따르면, 이날 오전 4시 10분께 A 객실 운영사 측 인력 약 15명이 해당 호텔에 진입해 프런트를 에워쌌다. 이 프런트는 A 운영사가 지난 4일 새벽 설치한 것으로, 이날 관리사무소 측에 의해 철거될 예정이었다.

부산 해운대센텀호텔 새벽 난장판
호텔 로비 제2 프런트 놓고 충돌
객실 운영사가 며칠 전 기습 설치
관리사무소 직원들이 프런트 부숴

앞서 관리사무소 측은 운영사에 “기존 프런트 외 예정에 없던 추가 프런트를 설치하는 것은 위법이다”고 주장했다. 이어 이날 관리사무소 측이 노루발못뽑이(빠루)와 약 1m에 달하는 해머를 이용해 프런트 벽면에 부착된 가로 6m, 세로 1m 규모의 대리석을 부순 것으로 경찰은 파악하고 있다. 이 과정 중 다행히 인명피해는 발생하지 않았다. 프런트는 호텔 내에서 고객 등을 상대하기 위해 설치한 긴 형태의 구조물이다.

신고를 받고 경찰이 출동했을 때, 프런트는 이미 파손된 상태였다. 바닥에는 프런트의 주재료인 대리석 파편이 널브러져 있었다. 경찰 관계자는 “지구대에서 처음 출동했을 때 이미 상황은 종료됐었고, 관리사무소와 운영사 측 서로 신체접촉 등은 없던 상황이었다”며 “이후 혹시 모를 사태에 대비해 경찰 인력을 배치했다”고 말했다.

경찰은 특수재물손괴 혐의로 관리사무소 측 직원 2명을 임의 동행 방식으로 경찰서로 인계해 조사 중이다. 경찰은 조사를 통해 관계자 추가 입건 여부를 검토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이에 대해 호텔 관계자는 “관리단의 허가 없이 호텔 로비의 공용공간에 앞서 A 객실 운영사가 프런트를 기습 설치했었다. 이후 ‘허가 없는 프런트 설치는 안 된다’며 몇 차례 경고를 한 뒤 이날 철거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544개 객실을 보유한 센텀호텔은 분양형 호텔로, 객실을 개별적으로 운영하는 시스템이다. 객실별로 소유주가 분양을 받은 뒤 호텔 운영을 위탁업체에 맡기면 소유주는 수입에 대해 배당금을 받는 구조다.

이 호텔에는 크게 3곳의 객실 운영사가 있으며, 이 중 한 곳이 사실상 운영을 중단하면서 현재 두 곳만 남은 상태다. A 운영사는 이 중 한 곳으로, 구청에 영업신고 당시 100개 객실을 운영했으며 현재는 계약 등 문제로 55~60곳의 객실을 운영 중인 것으로 전해졌다.

이 때문에 일각에서는 양 운영사간 프런트 운영 등 이권 다툼을 두고 갈등을 빚어오다 사태가 터진 것으로 추측하고 있다. 현재 해운대 일대에 분양형 호텔은 15곳이며, 과거 유사한 문제로 씨클라우드 해운대 호텔이 갈등을 겪기도 했다.

호텔 관계자는 “A 객실 운영사 측에서 허가받지 않은 프런트 시설을 설치했던 이유는 명확히 알 수 없지만, 집합건물법(집합건물의 소유 및 관리에 관한 법률) 등에 미뤄보면 이는 위법이다”며 “하지만 이를 막으려 철거를 강행한 관리사무소 직원들만 입건돼 이해할 수 없다”고 말했다. 이어 “관리사무소 측에서 미리 A 운영사의 미허가 행위에 대해 경고를 하고 공문까지 보낸 후 철거한 적법 행위다”고 덧붙였다.

경찰 관계자는 “특수재물손괴 등 관련법에 따라 우선 2명을 임의 동행 형태로 입건한 상태”라며 “호텔과 운영사 측 관계자들의 진술 등을 토대로 추가 조사를 거칠 예정이다”고 말했다.

한편, 해당 호텔이 경영 악화 등으로 매물로 나왔다는 매물설에 대해 호텔 측은 ‘사실이 아니다’는 입장을 내놨다.

곽진석 기자 kwak@bus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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