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소 다로(사진) 일본 부총리가 일본인의 수준이 높아서 코로나19 사망자가 적다는 발언으로 비판을 받자 한국을 들먹이며 ‘일본은 다르다’고 변명한 사실이 10일 드러났다.

아소 부총리는 하루 전인 9일 중의원 재무 금융위원회에서 코로나19 대응에 관해 “우리는 강제력이 없다. 강제력이라고는 쓰지 않으니 한국과 같은 것으로 취급하지 말아 달라. 한국은 엄하게 정해서 하고 있으니 ‘위반이다’라고 하면 바로 (벌금이)얼마라는 얘기가 된다”고 언급했다. 아소 부총리는 논란을 일으킨 ‘민도(民度)’ 발언이 부적절하다는 지적을 받자 갑자기 한국을 거론하며 이같이 말했다.

‘코로나 민도’ 논란 발언 해명
뜬금없는 한국 끌어들이기
“한국과 달리 우린 강제력 없다”

그는 이달 4일 참의원 재정금융위원회에서 일본의 코로나19 사망자가 미국이나 유럽 여러 국가보다 적은 것에 관해 “너희들만 약을 가지고 있는 것이냐고 자주 전화가 걸려 온다. 그런 사람들의 질문에 ‘당신의 나라와 우리나라(일본)는 민도 수준이 다르다’고 말하면 다들 입을 다문다”고 말했다.

민도는 국민이나 주민의 생활 정도, 경제력이나 문명 발달의 정도를 뜻하는데, 아소의 발언을 뒤집어 보면 사망자가 많이 발생한 국가·지역은 수준이 낮다는 의미로 풀이되는 것이라서 논란을 일으켰다.

교도통신에 따르면 아소 부총리의 발언에 대해 하라구치 가즈히로 국민민주당 국회 대책위원장은 “각료는커녕 정치가의 자격이 없다”고 혹평했다.

9일 재무금융위원회에서 사쿠라이 슈 입헌민주당 의원이 한국, 중국, 대만과 비교하면 “일본의 민도가 동아시아에서는 최악이 된다”고 아소 부총리의 논리를 이용해 역공하자 아소는 급기야 ‘강제력’을 거론하며 한국과 일본은 다르다고 강변한 것이다. 사쿠라이 의원은 아소가 4일 언급한 미국, 프랑스, 영국의 100만 명당 사망자 수가 틀렸다고 지적하기도 했다.

아소 부총리가 일본의 독자성을 강조하는 발언으로 물의를 일으킨 것은 처음이 아니다.

그는 일본 정부가 홋카이도 등지에서 오래 전부터 먼저 정착해 살아온 아이누족을 ‘선주민족(先住民族)’으로 규정한 ‘아이누시책추진법’을 시행하고 있는 상황에서, 올해 1월 “2000년의 긴 세월에 걸쳐 하나의 언어, 하나의 민족, 하나의 왕조가 이어지고 있는 나라는 여기(일본)밖에 없으니, 좋은 나라”라고 언급해 부적절하다는 지적을 받았다.

김경희 기자·일부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