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 더파크 동물원 ‘500억 매입 협약’ 법정 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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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월 말 폐업에 들어간 부산 유일의 동물원 ‘더파크’의 운명이 법원에서 갈리게 됐다. 새로운 운영 주체가 나타나거나 시와 전 운영사를 둘러싼 법적 다툼이 끝나야 하기 때문에 더파크 재개장은 올해 안에 어려울 전망이다.

10일 부산시와 ‘더파크’ 전 운영사 삼정기업에 따르면 삼정기업과 KB부동산신탁은 지난 3일 부산지방법원을 통해 시를 상대로 504억 원의 민사소송을 제기했다.

2012년 부산시가 삼정기업에 확약한 ‘더파크 사업 정상화를 위한 협약서’에 나오는 ‘매입 의무’를 이행하라는 게 이번 소송의 주요 골자다. 당시 부산시는 적자 때문에 곤란을 겪던 삼정기업에 동물원 운영을 부탁하며 협약서 제3조 2항에 ‘운영사가 매각 의사를 보이면 최대 500억 원으로 동물원을 매입하겠다’고 약속했다.

삼정기업, 부산시 상대 민사소송
“2012년 약속한 매입 이행하라”
부산시 “부지에 사권 설정” 거부
올해 안에 재개장 어려울 듯

천신만고 끝에 2014년 문을 연 ‘더파크’는 부산에 10년 만에 등장한 동물원이었다. 시공사로 참여했던 삼정기업은 원(原)시행사의 부도로 운영을 맡은 뒤 부산시의 채무 보증과 사주 연대보증으로 부산은행에서 500억 원을 대출했다. 대출금으로 시행사의 부채를 갚고 나머지 돈에 자사 자금까지 보태 동물원 공사를 마치고 개장한 것이다.

3년 뒤 2017년 부산시와 삼정기업은 한 차례 더 연장 운영에 합의했다. 그러나 적자 구조는 개선되지 않았고, 삼정기업은 2차 운영 만기일을 앞둔 올 4월 25일 결국 운영 포기를 선언하며 부산시에 협약서 이행을 요구했다. 당초 약속한 500억 원에 소송 종료까지 동물 관리에 들어가는 예상비용 4억 원을 부담하라는 것.

삼정기업 측은 “협약 당사자로 적자를 감수하면서 협약 내용을 6년간 성실히 이행했다. 이제 와서 시가 협약 이행을 거부하니 법적 절차를 통해 바로잡는 수밖에 없다”고 전했다.

그러나 현재 부산시는 ‘동물원 부지 중 한 필지에 사권이 설정되어 있는 등 재산상 문제가 해결되지 않았다’며 협약 이행에 난색을 보이고 있다. 협약서 제6조 5항에 명시된 ‘매수 시점에서 재산에 설정된 사권이 없어야 한다’는 조항을 들어 대출 승계를 거부하고 있는 것. 부산시 공원운영과 측은 “현재 동물관리 예상비용 4억 원도 해당 금액을 수용해야 하는지 법무팀과 의논 중”이라고 밝혔다.

한편 그동안 더파크 인수 의사를 밝혔던 업체들이 부산시와의 협상 과정에서 인수를 포기한 것으로 알려졌다. 법정 다툼이 길어지면 더파크 동물들의 상태가 악화돼 운영자도 없고 동물도 없는 최악의 상황을 맞을 수 있는 만큼 시가 전향적인 자세로 협상해야 한다는 지적도 있다. 업체 관계자는 “시가 적자투성이 동물원을 떠넘기려고만 하고, 제대로 된 동물원이자 시민의 휴식처로 조성하려는 의지가 전혀 없다”고 지적했다.

권상국·서유리 기자 ksk@bus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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