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부산 백 년 숙원 ‘철도 차량 기지’, 밑그림 제대로 그려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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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산 도심 발전을 가로막는 대표적인 장애물이었던 범천동 철도 차량 기지의 이전이 확정됐다. 흔히 ‘공작창’으로 불리던 철도 차량 기지는 주변 지역을 단절시키고 도심 슬럼화를 부추기는 그야말로 ‘민폐 시설’이었다. 2022년부터 시작해 2027년까지 강서구 송정동 부산신항역 인근으로 이전한다니 늦었지만 잘된 일이다. 사실 이번에 철도 차량 기지 이전 예비타당성 조사 통과는 2011년 경제성이 낮다는 이유로 국토부가 내린 ‘이전 곤란’ 결론을 뒤집는 통쾌한 결말이었다. 부산시민들은 2007년부터 100만인 서명운동으로 이전을 위해 힘을 모았다. 부산시, 지역 국회의원 등 정치권까지 합심해 이뤄 낸 쾌거라고 하겠다.

시민 의견 충분히 수렴 공론화 거치고
공공성 확보된 추진, 상권 활성화 기대

철로로 인해 오랜 세월 둘로 나뉘어 생활하던 ‘부산진구 범천 2동’은 명실상부하게 하나의 동으로 다시 태어나는 경사를 맞게 되었다. 주민들은 6만 3000평에 달하는 철도 차량 기지 때문에 생기는 소음과 분진 고통을 참아 왔다. 앞으로는 먼 길로 돌아가는 수고를 하지 않아도 된다니 기뻐할 일이다. 이제는 새로 만들어질 이 넓은 부지를 어떻게 활용할 것인지 남은 과제를 잘 풀어야겠다. 서면의 메디컬 스트리트와 함께하는 의료 클러스터 조성, 혹은 문현 금융단지와 연계되는 금융 클러스터 조성이 거론된 바 있다. 하지만 아직 뚜렷한 활용 계획이 없는 상태인데 이전 기대감으로 벌써부터 주변 지역 땅값이 상당히 올랐다고 한다. 시민들의 소중한 자산이 외지 투기 세력의 먹잇감이 되게 방치해서는 안 될 것이다.

부산시는 코레일, 부산진구와 함께 ‘이전적지개발 사업화전략 수립 용역’을 실시한다고 한다. 철도 차량 기지 이전 사업은 부산 원도심의 지형을 획기적으로 변화시키는 일이다. 부산의 100년 미래를 열어 갈 핵심 사업이란 사실을 명심해야 한다. 철도 주변의 낙후된 환경을 해소하고 새로운 도시기능을 입히는 기회로 삼는 것은 기본이다. 주변이 다 개발되고 발전될 때 그 혜택을 누리지 못하는, 희생을 치른 지역 주민들도 배려 대상이다. 원래 주인인 시민에게 돌려준다는 인식이 바탕이 되어야 할 것이다. 지나친 상업성을 지양하고, 어느 정도는 시민 누구나 공간을 누리도록 할 필요가 있다.

미국 뉴욕에서는 화물열차가 달리던 철로가 하이라인 공원이 되며 근처 부동산 개발이 활발해졌다고 한다. 서울 용산역과 가좌역 사이 6.3㎞ 구간이 지하화해 지상에는 ‘경의선 숲길’이라는 대규모 공원이 만들어져 새로운 상권까지 형성되었다. 공공성 확보가 중요한 이유다. 이전 지역은 서면과 가까운 만큼 아파트형 공장이나 젊은이를 위한 임대주택이 들어와도 좋겠다. 글로벌 의료단지도 괜찮지만 더 좋은 활용 방안에 대해 충분히 토론하고 논의해야 한다는 뜻이다. 우선 시민들에게 개발과 보존을 둘러싼 의견을 충분히 묻고, 공론화 작업을 거쳐 밑그림이 제대로 그려지기를 기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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