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밀물썰물] 서스펜디드 게임의 행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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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로야구 한화 이글스가 지난 14일 우여곡절 끝에 18연패에서 벗어났다. 18연패는 1985년 삼미 슈퍼스타즈의 기록과 함께 한국프로야구(KBO) 역대 최다 연패 타이기록이다.

한화가 18연패를 끊은 것은 서스펜디드 게임(suspended game)으로 진행된 경기에서였다. 서스펜디드 게임은 특정한 상황으로 인해 경기를 계속 진행할 수 없을 때 경기를 중단하고 이후 똑같은 상황에서 경기를 재개하도록 만든 규정이다. 대체로 다음 날 열리지만, 경우에 따라서는 수일 뒤에 재개되기도 한다.

KBO 리그 사상 서스펜디드 게임이 열린 사례는 그리 많지 않다. 18연패를 끊은 14일 한화-두산전이 통산 8번째다.

한화의 이날 경기는 서스펜디드 게임으로 치러졌다는 것보다 그 이상의 의미가 있다.

한화는 지난 13일 두산전 이전까지 18연패를 기록하며 역대 최다 연패 타이기록을 세웠다. 새로운 기록인 19연패 여부는 13일 두산전에서 갈릴 예정이었는데, 한화가 3-4로 뒤진 3회 말 무사 정은원 타석 때 비가 내리면서 서스펜디드 선언이 됐다.

한화는 다음 날인 14일 오후 2시 같은 상황에서 다시 경기를 시작해 9회 말 극적인 역전승을 거두며 18연패에서 벗어났다. 서스펜디드 게임이 행운을 가져다준 것이다.

서스펜디드 게임의 행운은 이번이 처음은 아니다. 과거 쌍방울 레이더스는 1999년 17연패(1무)를 기록하며 18연패 기록에 1패만을 남겨 두고 있었다.

쌍방울은 10월 6일 LG 트윈스와 더블헤더 1차전에서 무승부를 기록하고 2차전을 치렀는데, 0-0이던 1회 전주구장의 조명 문제로 경기가 중단되면서 서스펜디드가 선언됐다. 문제는 이 경기가 일정 문제로 다음 날이 아닌 10월 8일에 치러진 것이다. 쌍방울은 7일 현대 유니콘스와 경기에서 2-3으로 패했지만, 8일 재개된 LG전에선 7-5로 승리했다.

서스펜디드 게임의 공식 기록은 경기 종료 시점이 아닌 경기 시작 시점을 기준으로 한다. 결과적으로 쌍방울은 6일 LG전에 승리한 것으로 기록됐다. 연패는 10월 8일에 끊었지만, 기록상 연패 탈출이 10월 6일로 남아 쌍방울은 최다 연패 타이기록을 피할 수 있었던 것이다.

한화도 14일 서스펜디드 게임에서 승리했지만 공식 기록은 13일 경기 승리로 남았다.

김진성 스포츠팀장 paperk@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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