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제사회에 ‘남북 단절’ 메시지, 끝없는 말폭탄 현실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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北, 개성 연락사무소 폭파

북한이 개성 남북연락사무소 청사를 폭파하면서 남한을 겨냥한 군사적 조치에 본격적으로 돌입했다는 우려가 커진다. 당장 개성공단과 금강산관광 지역에 북한 군 병력과 장비가 다시 배치될 가능성이 제기된다. 지상·해상·공중 완충 구역 내 군사 활동 재개와 공동경비구역(JSA) 근무병 총기 휴대, 철거된 비무장지대(DMZ) 내 감시초소(GP) 복구 시나리오도 현실화 가능성이 적지 않다.

김여정 담화 사흘 만에 속전속결 행동
다음 수순은 개성공단·금강산 타깃
비무장 지대 GP 복구 수순 밟을 수도

‘백두혈통 김여정 말은 꼭 관철된다’
북한 권력 승계와 관련 조치 분석도


■김여정 담화 ‘속전속결’ 결행




이날 북한의 도발은 김여정 노동당 제1부부장이 지난 13일 담화에서 ‘연락사무소가 무너지는 비참한 광경을 보게 될 것’이라고 밝힌 예고대로 감행됐다. 김 부부장은 당시 “다음 번 대적 행동의 행사권은 우리 군대 총참모부에 넘겨주려고 한다”며 “우리 군대 역시 인민들의 분노를 다소나마 식혀 줄 그 무엇인가를 결심하고 단행할 것이라고 믿는다”고 밝혔다. 담화 사흘 만에 속전속결로 행동에 나선 것이다.

북한은 지난 4일 탈북단체의 대북 전단을 처음으로 문제 삼은 뒤 이날까지 2주째 대남 강경 행보를 이어왔다. 김여정 부부장 담화(4일), 통일전선부 대변인 담화(5일), 조선중앙통신 보도(9일), 장금철 통일전선부장 담화(12일), 김 부부장 담화(13일)에 이어 연락사무소 폭파 직전인 이날 오전에는 “비무장화된 지대들에 군대가 다시 진출해 요새화하겠다”는 내용의 총참모부 입장문을 냈다. 김 부부장 담화를 시작으로 대적(남한을 적으로)사업을 계획대로 진행하고 있는 것이다.

이에 따라 김 부부장이 첫 담화에서 언급한 금강산 관광 폐지, 개성공단 철거, 남북 공동연락사무소 폐쇄, 남북 군사합의 파기 등의 위협이 실행될 수 있다는 관측이다. 한반도 평화와 남북 협력을 상징하던 개성과 금강산이 다시 첨예한 군사적 대결 장소로 후퇴한다는 의미다.

특히 개성공단 철거가 다음 수순이 될 것이란 관측이 있다. 개성공단은 김정일 체제의 이른바 선군정치로 막강한 영향력을 자랑하던 군부의 반대로 문을 열기까지 우여곡절이 많았던 곳이다. 개성공단 지역은 유사시 최우선 남침 통로 중 하나여서 병력과 장비를 집결해 문산을 거쳐 서울까지 최단 시간 내 돌파할 수 있는 군사적 요충지로 북한은 남북 간 갈등이 생길 때마다 개성지역에 대한 군부대 재주둔을 언급해 왔다. 연락사무소 폭파, 개성공단 철거, 군대 재주둔의 수순을 밟을 수 있다는 것이다.



■‘남북 단절’ 메시지 극대화 노렸나

북한이 개성공단 내에서 물리적 폭발을 일으키며 연락사무소를 해체한 것은 다소 ‘파격’으로 분석된다. 미래통합당 태영호 의원도 지난 15일 김 부부장의 철거 예고에 대해 “물리적으로 폭파하는 단계까지 가는 것은 대단히 힘들 것”이라며 “전 세계가 다 보고 있는데 상황을 좀 지켜봐야 하지 않겠느냐”고 밝힌 바 있다.

태 의원뿐 아니라 많은 전문가도 북한이 실제 물리적으로 연락사무소를 철거할지에 대해서는 회의적인 시각이 많았다. 북한이 2016년 한국 정부의 개성공단 폐쇄 조치 이후에도 공단 내 시설들을 비교적 잘 관리해 오면서, 공단 재개를 염두에 두고 있다는 전망이 많았다. 그럼에도 북한이 이날 공단 내에서 물리적 폭발을 일으키며 청사를 해체한 것은 그만큼 국제사회에 남북관계가 단절됐다는 강력한 메시지를 전달하겠다는 의도를 강조한 것으로 풀이된다.

북한 매체들이 이날 오후 곧바로 연락사무소가 폭파된 사실을 공식 확인한 것도 같은 맥락에서 이해된다. 북한 중앙방송과 중앙TV 등은 이날 오후 4시 50분 보도를 통해 “북남(남북)공동연락사무소가 6월 16일 완전 파괴됐다”며 “14시 50분 요란한 폭음과 함께 북남공동연락사무소가 비참하게 파괴됐다”고 했다.

매체들은 “쓰레기들과 이를 묵인한 자들의 죗값을 깨깨(남김없이) 받아내야 한다는 격노한 민심에 부응해 북남 사이의 모든 통신연락선을 차단해 버린 데 이어 우리 측 해당 부문은 개성공업지구에 있던 북남공동연락사무소를 완전파괴시키는 조치를 실행했다”고 전했다.

다른 측면에서는 소위 백두혈통으로 이번 대결 국면을 지휘하는 김여정 부부장의 ‘말’은 반드시 관철된다는 것을 북한이 대내외에 강조한 것으로도 풀이된다. 일부에선 북한 권력 승계 구도와 연관된 조치일 수 있다는 분석도 제기된다.

민지형 기자 oasis@bus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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