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MA 컬렉션, 미술관 보고(寶庫) 들여다보기] 68. 유명 화백의 숨겨진 수작, 천경자의 ‘송아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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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24년 전라남도 고흥에서 태어난 천경자는 한국의 전통회화를 계승하면서 채색화의 독자적인 회화 양식을 창출한 화가이다.

초기에는 일본 채색 인물화풍의 영향을 받은 인물화를 제작했고, 사생적인 화풍을 유지했다. 해방 후 새로운 화풍을 모색하기 시작해, 독자적인 채색 화풍을 이루어 냈다. 작가는 구상·비구상·추상의 영역에 이르기까지 소재의 특성과 조형적인 구도, 색채에 대한 다양한 실험과 채색 기법을 이루어 냈다는 평가를 받았다.

소개하는 작품 ‘송아지’는 비교적 청년기의 작품으로 동양화의 기법을 그대로 따르고 있다. 이 작품은 간결한 구도의 그림이다. 작품 속 송아지는 색감이 번지듯 부드러우면서도 뼈대가 뚜렷한 선으로 표현됐다.

배경은 잔디가 있는 초원 위가 아닌 건조한 흙으로 다소 황량해 보이는 바닥과 하늘의 표현은 외로운 작가의 심경을 보여 주는 듯하다.

작품 안에서 어미 소가 없는 송아지 5마리는 서로 다른 곳을 보고 있다. 단 한 마리도 같은 곳을 동시에 보지 않는 모습이다. 또한 송아지의 발은 농묵으로 처리해서 안정감을 더하고 있으며, 몸은 반복해서 겹쳐 칠하는 적묵법을 사용하여 양감을 나타냈다.

소의 형태를 표현하는 선은 구륵법으로 처리하고, 그 안은 삼묵을 이용하여 몸 전체의 양감을 드러냄과 동시에 농담의 대조를 통해 입체감을 주었다. 원경의 송아지 뒷모습은 옅은 묵색으로 덧칠하여 전체적으로 작품에 안정감을 주는 것을 볼 수 있다.

천경자가 송아지를 그렸던 1950년대는 전통적 동양화 기법을 탈피하려는 작가의 실험의식이 발현하는 시기였다. ‘소’와 같은 동물을 표현한 그림 이외에도 작가가 고통스런 개인의 삶과 내적 경험들을 분석하여 작품에 적용한 시기였다고도 볼 수 있다.

우경화 부산시립미술관 학예연구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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