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잠깐 읽기] 인간의 대결과 야만 그린 김훈 신작

부산닷컴 기사퍼가기

달 너머로 달리는 말 / 김훈

<달 너머로 달리는 말>은 김훈의 장편소설이다. 작가는 인간 세계의 야만과 폭력을 꿰뚫고 싶었다고 한다. 소설에서는 가상의 고대 대륙이 나오고, 그 대륙을 가로지르는 강의 북쪽에는 유목민의 초(草)나라, 남쪽에는 농경민의 단(旦)나라가 있다. 이 두 나라의 설정은 인간 세계에서는 바탕이 다른, 적대 세력이 자연스레 생긴다는 것을 말하는 거다. ‘이쪽에서 저쪽으로 달리는 인간들과 저쪽에서 이쪽으로 달리는 인간들이 서로 부딪혀서 인간의 세상은 일어서고 무너지는구나’.

이런 인간의 적대적 대결과 야만을 지켜보는 자연의 소설적 설정이 말(馬)이다. 작가는 10여 년 전 미국의 한 들판에 떼를 짓던 야생마 수백 마리에서 강한 힘, 자연을 느꼈다고 한다. 소설에서 두 마리 말은 인간의 부림을 당하지만 스스로 자유를 얻는다. ‘말들은 젖은 콧구멍을 벌름거려서 달 냄새를 빨아들였고, 초승달은 말의 힘과 넋을 달 쪽으로 끌어당겼다.’ 소설 제목 <달 너머로 달리는 말>은 신화적인 자연의 생명력을 말한다. 그 두 마리 말도 결국 쇠락하면서 죽어가는데, 더 덧없는 것이 그들을 부렸던 인간, 나라, 문명의 행로다. 초나라 왕은 단나라와의 싸움에서 이겼으나 그후 주색잡기로 허송세월하다가 흔적도 없이 죽었다고 하는데…. 그러니 모든 것은 사라진다. 김훈 지음/파람북/272쪽/1만 4000원. 최학림 선임기자


당신을 위한 AI 추천 기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