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편집국에서] 수변공원의 ‘아이러니’와 시민의 인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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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수진 사회부장

밀려드는 파도, 부서지는 파도 소리, 찬란한 광안대로 불빛, 끊이지 않는 웃음소리, 넘치는 젊음.

여름철이 되면 부산에서 가장 핫한 곳, 바로 광안리 수변공원이다. 이 수변공원에서 술을 마시면 취하지 않는다고들 한다. 누구는 산소 농도가 높아서 그렇다고 하고, 다른 이는 풍경과 소리가 자아내는 환상의 분위기 때문이라고도 한다. 어떤 이유에서든 수변공원에서 친한 이들과 한잔 마시며 얘기를 나누다 보면 도낏자루 썩는지 모른다. 집에 갈 시간을 잊어버리기 예사다.

여름철 더 핫한 광안리 수변공원
밤마다 젊은이 모여 야외 클럽화
주차난에 가게엔 되레 손님 끊겨
‘생계난’ 상인, 공공성 이유 ‘인내’
해운대케이블카, 주차·교통 심각
시민에 고통 민간 ‘특혜’ 막아야


코로나 시대에 수변공원이 다시 화제다. 클럽 등 감염우려시설에 대한 출입 제한되고 날이 더워지자 젊은이들이 밤마다 몰려들어 수변공원이 야외 클럽이 된 것이다. 바다와 인접한 야외라서 코로나 감염 위험이 실내보다 상대적으로 낮다. 신나게 소리치면서 술을 마시기도 하고 음악을 들으며 춤을 추기도 한다. 코로나 시대에 해방구로 활용되고 있다.

하도 사람이 몰리다 보니, 관할 부산 수영구청에서 수변공원 바닥에 가로 2m, 세로 1.5m 크기로 청테이프를 발랐다. 2m 사회적 거리 두기를 실천하기 위해 이 곳에서만 휴식을 취하고 술을 마셔라는 뜻이다. 하지만 수변공원이 소위 헌팅의 명소이다 보니, 수영구청이 시도한 청테이프 사회적 거리 두기가 잘 지켜질지는 두고 볼 일이다.

광안리 수변공원은 피서와 힐링을 겸한 국내 최초의 수변공원이다. 1992년 8월 공사가 시작돼 1997년 5월 길이 543m, 너비 60m의 공원이 완공됐다. 해운대와 광안리의 중간 지점에 있고 1만 평 규모에 4만 명을 수용할 수 있다.

지난 주말 밤에도 젊은이들이 수변공원에 몰려들었다. 편의점에는 술과 음료를 사려는 대기 줄이 10m 이상 이어졌고, 공영 주차장에 주차하려는 차들은 1시간 이상 기다려야 했다. 기다리다 지쳤거나 약삭빠른 운전자는 인근 왕복 2차로에 겹겹이 주차하는 바람에 차량이 오 가지 못했고, 지나가는 차와 사람이 서로 뒤섞였다.

밤마다 사람과 차량이 몰리고, 수변공원 그 넓은 곳에 빼곡하게 술판이 벌어지는데도, 이를 지켜보며 한숨을 내쉬는 사람들이 있다. 아이러니하게도 인근 상인들이다. 1층 편의점과 파전을 파는 가게에 줄이 줄이 난리가 났는데, 무슨 한숨이냐고 되물을 수도 있다. 그렇지만 이는 분명한 사실이다.

수변공원 주변에는 횟집 커피숍 호프집 노래연습장 편의점 등 140여 곳이 영업하고 있다. 가장 많은 곳이 횟집이다. 광안대로를 바라보며 여러 건물에 횟집들이 들어차 있다. 광안대로를 바라보면서 먹는 회 맛은 특별하다. 이미 여러 횟집은 맛집으로 전국적으로도 유명하다.

이들 횟집에 여름철만 손님들의 발길이 끊긴다. 길거리에서 파전과 해산물을 사서 수변공원에 자리를 깔고 음주를 즐기는 사람은 넘쳐나는데, 정작 더 경치가 좋고 안심하고 먹을 수 있는 가게에는 파리가 넘쳐난다.

얼핏 생각하면 경제적인 부문을 이유로 들 수 있다. 수변공원에서는 안주와 주류를 다 합쳐도 2인 기준으로 1만~2만 원 선에서 해결이 된다. 반면 가게에서 회와 주류를 즐기면 3배 이상은 든다. 하지만 수변공원 사람과 가게 손님은 처음부터 찾는 이유가 다르다. 수변공원 왔다가 가게로 들어오는 손님은 드물다는 얘기다.

그렇다면 이유는 바로 주차난 때문이다. 수변공원에는 공영을 비롯한 주차장이 차량 300대 정도를 수용할 수 있다. 수변공원으로 도시철도가 다니지 않을뿐더러 시내버스 노선조차 드물다. 대부분이 승용차를 이용한다. 그래서 수변공원에 사람들이 몰릴수록, 주차난은 심각해지고, 횟집 손님은 발길을 끊는 것이다.

이런 아이러니한 상황을 타개하기 위해 상인들은 인근 리틀 야구단 부지(4379㎡)를 야간에 주차장으로 사용할 것을 요구하고 있다. 하지만 수영구청과 부산시는 “주차장이 생기면 승용차 이용이 더 는다”는, 원칙적이지만 전혀 상황을 파악하지 못하는 답만 늘어놓고 있다. 이를 참고 있는 상인들의 인내력에 찬사를 보낸다.

특히 이런 아이러니한 상황은 부산의 모든 관광지 또는 시설에 발생할 수 있어 부산시와 지자체가 반드시 주의를 기울이고 살펴야 한다. 부산 앞바다를 가로질러 이기대와 해운대를 잇겠다는 케이블카가 대표적인 케이스가 될 수 있다. 덜렁 케이블카를 설치하면 사람들은 몰리겠지만, 이로 인해 주변 시설과 주민들은 극심한 교통난과 주차난으로 고통에 시달리고 생계에 위협을 받을 것이다. 특정 업자 배 채우려고 해운대 수영 주민과 가게를 고사시키는 짓을 하면 반드시 책임을 져야 한다. 수변공원은 그나마 불특정 다수를 위한 공간이어서 시민들이 견디고 있지만, 특정 업체의 케이블카를 참고 견딜 시민은 아무도 없다는 사실을 직시해야 한다. kscii@bus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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