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남하하는 코로나 지역감염, 부산 ‘강 건너 불’ 아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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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로나19 확산세가 심상찮다. 수도권을 넘어 전국으로 번지고 있다. 주말에만 신규 확진자는 100명 넘게 쏟아졌다. 특히 해외 유입 확진자 증가세가 두드러지면서 지난 토요일엔 두 달여 만에 최고인 31명을 기록했다. 한때 진정 국면으로 접어들었던 코로나19가 지역감염과 해외 유입으로 다시 전국적 재유행 조짐마저 보이고 있는 것이다. 실제 지난 주말 이틀 동안 확진자는 전국 17개 시·도 가운데 절반이 넘는 9곳에서 나왔다. 한동안 확진자 발생이 뜸하거나 거의 없었던 대구, 광주, 세종, 충남, 경남 등에서도 환자가 나오면서 어느 지역도 안심할 수 없는 상황이 됐다. 2차 대유행을 막을 면밀한 대책을 검토해야 할 때다.

전파 경로 다각화에 해외 유입도 급증
위기 상황 인식하고 초심 잃지 않아야

최근 코로나19의 전파는 속도도 빠르지만 전파 경로의 다각화가 예사롭지 않다. 서울과 대전의 방문판매업체 등에서 시작된 집단감염이 ‘n차 감염’을 통해 무차별적으로 확산하는 것이 대표적이다. 21일 중앙방역대책본부에 따르면 집단감염 사례별 누적 확진자는 이태원 클럽 277명, 서울 관악구 방문판매업체 리치웨이 193명, 경기 부천 쿠팡물류센터 152명, 수도권 개척교회 119명 등이다. 방역 당국이 현 상황은 ‘코로나19 확산기’ 또는 ‘위기 상황’이라 진단할 만하다. 더욱 촘촘한 선제 대응이 필요하다.

엎친 데 덮친 격으로 해외 유입 신규 확진자가 급증하고 있는 점도 불안하다. 코로나19 사태 초기에는 중국 후베이성 우한에서 온 환자가 많았으나 3월 중순에서 4월 초까지는 유럽과 미주에서 확진자가 폭증하면서 이들 국가의 국내 유입 사례가 큰 폭으로 늘었다. 최근에는 파키스탄, 방글라데시 등 아시아와 중동 국가 등에서 들어오는 입국자의 확진 사례가 늘고 있다. 부산서도 지난 19일 2명의 인도네시아 입국자가, 경남에선 어제 방글라데시 국적 남성 1명이 각각 확진 판정을 받았다. 부산역 임시격리시설은 지난 주말 310명으로 최대를 기록했다. 본격적인 농번기를 맞아 농촌에선 외국인 노동자 수요가 부쩍 늘었고, 금어기가 풀리면서 원양어선 등 선원들도 속속 들어오는 만큼 방역 당국의 세심한 입국자 관리가 요구된다.

국내에서 첫 코로나19 확진자가 나온 이래 어느덧 5개월이 지났다. 기대했던 백신이나 치료제 출시 소식은 들려오지 않고, 코로나 사태는 하염없이 길어질 것으로 예상돼 국민 피로감 또한 커지고 있다. 이럴 때일수록 초심을 되새기고 경계의 끈을 늦춰선 안 된다. 민락동 수변공원 ‘헌팅족’처럼 무너지는 거리 두기 사례로 언급되는 것조차 부끄러운 일이다. 나 하나쯤이야 하는 식으로 방역의 둑이 무너지면 우리 모두의 일상이 온전하지 못하다. 다소 느슨해지는 시민 의식을 다잡아 방역수칙을 더욱 철저하게 지켜야 한다. 방역 당국은 당국대로 환자 급증에 대비한 병상 확보에도 나서야 한다. 남하하는 코로나 지역감염, 부산도 더 이상 강 건너 불이 아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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