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쓸 돈도 없고 들어올 돈도 없다” BIFF 재정 최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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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산국제영화제(BIFF)가 심각한 재정 위기에 빠졌다. ‘다이빙벨 사태’ 이후 부산시는 BIFF 독립·도약 기금 1000억 원 조성과 BIFF 지원 조례 제정을 약속했지만, 말만 요란한 헛공약으로 돌아갔기 때문이다. 정치적 포퓰리즘에 코로나19라는 악재까지 겹치며 아시아를 대표하는 BIFF가 재정적 어려움에 내몰리고 있다.

코로나 악재·외부 지원도 막혀
‘부산 지역축제’라는 인식 여전
새로운 기획·정책 추진 난항
市 “법적으로 지원 불가” 팔짱

21일 부산시와 BIFF에 따르면 BIFF는 25년 역사상 최악의 재정 위기에 처했다. 3년 치 단기 스태프 ‘열정페이’(시간 외 수당) 지급액을 고스란히 떠안아 12억 원에 달하는 빚을 지고 있는 데다 이달에는 직원 월급조차 지급할 수 없을 정도로 상황이 악화됐다. 법정 근무시간 최대 주 52시간제 시행과 물가 상승에도 10년째 동결되거나 오히려 삭감된 국·시비 지원 등 복합적인 문제가 원인이다. 계속된 재정 상태 악화로 BIFF는 올해 25주년 특별 기획도 제대로 추진하지 못하고 있는 실정이다. 이런 상황인데도 부산시는 “법적으로 지원이 불가하다” “다른 단체들과 형평성을 고려해야 한다”는 원론적인 답만 내놓으며 팔짱만 끼고 있다.

BIFF가 재정 위기에 처한 건 표면적으로는 코로나19로 인한 전반적인 산업 침체로 스폰서 확보가 어려워서라지만, 실은 수년간 누적된 구조적인 문제다. 우선 BIFF가 아시아를 대표하는 세계적인 영화제로서 국가 브랜드 향상에 기여했지만, 여전히 부산의 ‘지역 축제’라는 중앙정부의 인식, 부산시의 소극적인 행정은 매년 국·시비 동결이나 삭감으로 이어졌다.

오거돈 전 부산시장은 당선인 시절 4년간 1000억 원을 BIFF 기금으로 조성하겠다고 밝혔지만, 재임 중 그 공약은 지켜지지 않았다. BIFF에 대한 안정적인 행정과 재정 지원을 약속한 ‘부산국제영화제 육성 및 지원 조례’조차 없던 일이 됐다. 반면 BIFF보다 후발 주자이자 규모가 작은 영화제를 개최하고 있는 부천시, 제천시, 경기도는 영화제 지원 조례를 만들어 여러 방면으로 지원하고 있다.

전찬일 영화평론가는 “BIFF는 대한민국을 대표하는 이벤트”라며 “국가 차원의 BIFF 지원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조영미·남유정 기자 mia3@bus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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