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야모야병’이란?…뇌에 비정상적 미세혈관 자라는 희귀 난치성 질환

정상섭 선임기자 verst@bus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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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린이가 울거나 풍선을 불 때 갑자기 팔다리에 힘이 빠지면 머리뼈안에 비정상적인 미세혈관이 자라는 모야모야병을 의심해 봐야 한다. 동아대병원의 박현석 교수가 수술로 새 혈관을 만드는 뇌혈관 문합술을 집도하고 있다. 동아대병원 제공 어린이가 울거나 풍선을 불 때 갑자기 팔다리에 힘이 빠지면 머리뼈안에 비정상적인 미세혈관이 자라는 모야모야병을 의심해 봐야 한다. 동아대병원의 박현석 교수가 수술로 새 혈관을 만드는 뇌혈관 문합술을 집도하고 있다. 동아대병원 제공

최근 인기를 끈 드라마 ‘슬기로운 의사생활’에 풍선을 불다가 기절해 응급실로 입원한 5살 남자 어린이 얘기가 나온다. ‘모야모야병’이라는 희귀 난치성 질환의 이름과 함께 담당 교수가 레지던트에게 “환자를 절대 울리면 안 된다”고 신신당부하는 모습이 특히 눈길을 끌었다.

모야모야병은 뇌에 혈액을 공급하는 두개(頭蓋) 내 내경동맥이 서서히 좁아지다가 막히는 질환을 말한다. 정상 혈관이 좁아지면서 뇌에 부족한 혈액량을 공급하기 위해 비정상적인 미세혈관이 자라는데, 이 미세혈관의 모양이 마치 연기가 피어나는 모양과 비슷하다고 해서 1969년 일본 스즈키 교수가 ‘모락모락’이라는 뜻의 일본어 ‘모야모야’로 이름을 붙였다.


내경동맥 좁아지다 막히는 질병

2015년 이후 매년 1000명 발생

일과성 뇌허혈 발작·뇌경색 유발

조기 진단과 적극적 치료 중요


■한국과 일본에서 많이 발생

모야모야병은 일반적으로 양쪽 내경동맥이 모두 좁아지게 되나, 일부 환자들은 한쪽 내경동맥만 좁아지는 일측성 모야모야병을 보인다. 동아시아 국가, 우리나라와 일본에서 많이 발생하고 약 15%의 환자가 질병의 가족력을 보인다.

보건의료 빅데이터에 따르면 2019년 기준 모야모야병 환자 수는 1만 2870명으로, 2015년 이후 매년 1000명 정도의 환자가 새로 진단되는 희귀 난치성 질환이다. 통계상 중·장년층에 더 많이 나타나고, 여자에게서 남자보다 약 2배 정도 더 많이 발생한다.

최근 많은 환자의 유전자 분석을 통해 RNF213 유전자의 R4810K 다형성이 우리나라와 일본 모야모야병 환자에서 뚜렷하게 높은 사실이 발견됐다. 동아대병원 뇌혈관센터의 박현석 교수(신경외과)는 “현재 지식으로는 RNF213 다형성과 같은 유전적 배경을 가진 사람에게 어떤 환경적 요인이 작용하면 혈관이 좁아지면서 모야모야병이 발생하는 것으로 추정된다”고 말했다.

모야모야병의 증상은 정상 뇌혈관이 좁아지면서 막히므로 일과성 뇌허혈 발작이 오거나 심할 땐 뇌경색까지 발생한다. 일과성 뇌허혈 발작의 경우 일시적인 뇌 기능의 장애로 순간적으로 한쪽 팔다리에 힘이 빠지거나 언어장애 등의 증상이 나타난다. 보통 증상이 수 분 정도 지속되다가 저절로 회복되지만, 뇌경색이 발생하면 영구적으로 장애가 남을 수 있다.

정상 뇌혈관이 좁아지면서 생기는 비정상적인 미세혈관(모야모야 혈관)은 약해 파열되기 쉬우므로 파열되면 뇌출혈이 발생한다. 박현석 교수는 “뇌출혈은 대부분 성인 환자에서 발생하나 청소년에서도 발생하는 경우가 있다. 뇌출혈은 뇌경색에 비해 증상이 더 심한 경우가 많고 사망률이 높아 예후가 더 좋지 않다”고 설명했다.


■어릴수록 진행 빨라

모야모야병의 진단은 증상에 의한 의심이 가장 중요하다. 두통이 흔한 증상이며 구역감, 구토를 동반하기도 한다. 소아의 경우 주로 울거나 감정이 격해졌을 때, 뜨거운 음식을 먹을 때, 풍선이나 리코더를 불 때 뇌허혈 증상이 발생해 한쪽 팔이나 다리에 힘이 빠지는 증상이 나타나기도 한다. 드라마에 나온 어린이 환자가 사례가 대표적이다.

아이가 마비 증세를 보이면 꾀병이나 뇌전증(간질)으로 오인하기도 한다. 초기에 진단이 이뤄지지 않고 방치할 경우 뇌경색이나 뇌출혈이 발생해 영구적인 신경마비 증상이 동반되거나 목숨을 잃을 수도 있다.

모야모야병은 특이하게도 소아에서는 주로 뇌허혈이나 뇌경색으로 발병되고, 성인에서는 뇌출혈로 발병되는 특징이 있어 소아와 성인의 뇌졸중 시에 이 질환이 반드시 감별진단에 포함돼야 한다. CT, MRI, MRA가 흔하게 이루어지는 검사이며, 정확한 진단과 수술 계획을 위해서는 뇌혈관 조영술이 필요하다.

모야모야병 자체는 현재까지 불치의 병이다. 뇌경색, 뇌출혈이 한번 발생한 뒤 뇌세포가 죽으면 복원은 불가능하다. 하지만 다른 희귀 난치성 질환에 비해 적기에 치료만 진행되면 일상생활에 큰 문제가 없는 병이므로 조기진단과 적극적인 치료가 필요하다.

어릴수록 질병의 진행이 빨라 소아나 청소년의 경우 모야모야병으로 진단되면 치료를 하는 것이 원칙이다. 성인의 경우 무증상은 치료하지 않고 경과 관찰을 할 때가 많으나, 혈류 저하가 심할 땐 예방적 수술을 하기도 한다. 증상이 있을 땐 증상의 정도와 질병의 진행 정도를 고려해 치료 여부를 결정하게 된다.


■최선의 치료법은 혈관 잇는 수술

모야모야병의 임상적으로 증명된 약물치료 방법은 없으며, 현재까지 알려진 최선의 치료법은 수술이다. 모야모야병은 결국 뇌로 가는 피가 부족해서 생기는 병이므로 ‘뇌혈관 문합술’이라는 수술적 치료로 혈관을 만들어 적절하게 뇌에 피를 공급해 줌으로써 장애를 예방할 수 있다.

수술적 치료는 두피혈관과 뇌혈관을 연결해 혈류량을 늘리는 ‘직접법’과 혈관이 발달되지 않은 뇌 표면에 두피의 혈관을 분리해 붙여주는 ‘간접법’의 두 가지가 있다. 직접법은 상당히 세밀한 수술 기법을 요하며 주로 성인 환자에게 시행된다. 간접법은 혈관을 직접 이어주는 수술이 아니므로 혈관이 안으로 자라는 데 6개월~1년 정도의 시간이 필요하다. 하지만 어린이 환자는 비교적 간단한 간접법으로도 충분히 효과를 얻을 수 있다.

동아대병원 뇌혈관센터에서는 성인은 수술 효과를 높이기 위해 양쪽 내경동맥에 모두 직접법을 시행하거나 직접법과 간접법을 동시에 시행하는 ‘복합법’을 주로 하고 있다. 박현석 교수는 “어린이 환자는 두피 혈관 1개만 간접법을 시행하는 일반적인 뇌혈관 문합술이 아닌 두피 혈관 2개 모두에 간접법을 시행한다. 이때 혈관을 뇌 앞뒤로 넓게 심어줘 효과를 더 높일 수 있다”고 설명했다.

모야모야병 환자는 뇌혈관 상태가 계속 변하기 때문에 평생 관리를 받아야 한다. 보통 1년에 한 번씩 검진을 통해 뇌의 혈류 상태를 확인하지만, 비정상적인 미세혈관이 자라는 속도가 사람마다 다르므로 검진 주기도 적절한 조절이 필요하다.

정상섭 선임기자 verst@busan.com


정상섭 선임기자 verst@bus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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