백종원까지 툭 찔러 본 김종인의 대권주자론 ‘알쏭달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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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래통합당 김종인 비대위원장이 23일 오전 국회에서 열린 6·25 전쟁 납북인사가족협의회 간담회에서 “통합당은 앞으로 납치당한 이산가족들의 슬픔을 달랠 수 있도록 노력하려고 한다”고 밝히고 있다. 김종호 기자 kimjh@

미래통합당의 ‘킹 메이커’를 자처하는 김종인 비상대책위원장이 차기 대권주자에 대한 또 하나의 기준을 제시했다. 인기 외식사업가인 백종원 더본코리아 대표처럼 대중성을 갖췄으면서도 ‘혐오도’가 적은 인물이어야 한다는 것이다.

초선과 간담회서 白 씨에 호감 표명
안티 없고 대중성 크게 중시한 듯
보수 진영선 기준 부합 인사 없어
金의 ‘차기주자 像’에 의구심
통합당 내 인물난 반영 시각도

김 위원장은 지난 19일 당 비례대표 초선 의원들과의 오찬 간담회에서 차기 주자에 대한 질문이 나오자 “백종원 씨 같은 분은 어때요? 백종원 씨는 싫어하는 사람이 없던데요”라며 호감을 드러냈다고 한다. 23일 이 사실이 일부 언론에 보도된 뒤 논란이 커지자 간담회에 참석한 의원들은 김 위원장의 언급에 대해 “향후 당 대선주자가 대화 화제가 되자 농담처럼 나온 이야기”라고 입을 모았다. 실제 정치에는 문외한인 백 대표가 대선이 2년도 남지 않은 현 시점에서 제1야당의 대선주자로 나선다는 것은 현실성이 떨어진다. 백 대표도 이날 관련 보도가 나오자 “(대선은)꿈도 꿔 본 적 없다”며 손사래를 쳤다. 조수진 의원이 이날 페이스북에 밝힌 대로 김 위원장이 대선주자의 자질로 높은 인지도와 함께 혐오도가 적어야 한다는 점을 우회적으로 언급하는 과정에서 빚어진 해프닝으로 풀이된다.

김 위원장은 그동안 차기 대선주자의 ‘자격’에 대해 여러 말들을 쏟아냈다. 4월 통합당 합류 과정에서는 ‘70년대생 40대 경제전문가’를 꼽아 40대인 일부 전·현직 의원이 물망에 올랐지만, 최근 인터뷰에서는 “희망사항이지 현실적으로 전혀 보이지 않는다”고 말하기도 했다. 그러면서도 홍준표 전 대표, 유승민 전 의원, 안철수 국민의당 대표 등 지난 대선에 출마했던 사람들에 대해서는 ‘이미 시효가 끝났다’고 평가하기도 했다.

김 위원장이 이 같은 발언에서 유추할 수 있는 차기 대권후보는 ‘젊은 경제 전문가로, 대중성을 갖췄지만 ‘안티’가 적어야 한다’고 요약할 수 있겠다. 현재 거론되는 보수 진영 차기 후보군 중에 이런 조건을 모두 충족하는 인물은 딱히 떠오르지 않는다.

그러나 김 위원장은 지난 22일 출입기자단과의 간담회에서는 “우리가 전혀 모르는 사람 중에서 나올 수는 없다”면서 “모두 ‘이 사람이 나왔구나’라고 할 만한 사람이 나오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결국 현재 거론되는 인물들 중에 후보가 나올 수 밖에 없다는 것이다.

여론조사 전문가들에 따르면 역대 대선에서 선거 2년 전까지 여론조사에 이름을 올리지 않은 ‘깜짝 후보’가 대권에 오른 적은 한 번도 없는데, 김 위원장의 발언도 이런 현실론에 기반한 것으로 풀이된다.

일견 모순되는 듯한 김 위원장의 이 같은 언급 때문에 당내에서는 ‘김 위원장이 과연 구체적인 대선후보 상(像)을 갖고 있는 것이냐’는 의구심도 제기되고 있다. 일각에서는 임기가 내년 4월까지인 김 위원장이 2022년 3월 대선까지 영향력을 유지하기 위해 대선후보에 대한 발언을 반복적으로 하고 있다는 비판도 나온다.

반대로 현재 통합당 내에 차기 대선후보로 적합한 인물을 찾기 어렵다는 김 위원장의 고민을 반영한다는 시각도 있다.

이와 관련, 여론조사 전문기관 한국갤럽이 지난 9~11일 전국 성인 1000명에게 ‘차기 정치지도자 선호도’를 물은 결과(표본오차는 95% 신뢰수준에 ±3.1%, 중앙선거여론조사심의위 홈페이지 참조), 더불어민주당 이낙연 의원이 28%, 이재명 경기지사가 12%였고, 야권에선 안철수 국민의당 대표·홍준표 무소속 의원이 각각 2%, 황교안 전 통합당 대표·오세훈 전 서울시장이 각각 1%를 받았다. 전창훈 기자 jch@bus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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