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일기] 영화 축제는 계속되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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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영미 문화부

지난해 9월 기획 취재차 캐나다 토론토에 갔던 일이 떠오른다. 당시 제44회 토론토국제영화제(TIFF)가 한창이었다. 토론토영화제 전용 영화관인 ‘TIFF 벨 라이트박스’ 앞에는 토론토 중심가를 잇는 트램이 지난다. 영화제가 시작되자 당연한 듯 트램은 통제되고 차 없는 거리가 됐다. 그 거리에서 니콜 키드먼, 맷 데이먼 같은 할리우드 배우가 자연스럽게 관객과 만나고 소통했다. 토론토시 차원의 전폭적인 협조가 없다면 차 없는 거리는 어려운 일일 테다.

TIFF를 상징하는 색깔인 주황색 티셔츠를 입은 수많은 자원봉사자는 대부분 토론토 시민이었고 트램 통제로 교통 불편이 생겼지만, 불평하는 사람은 없었다. 토론토에서 세계적인 영화제를 연다는 시민들의 자부심이 느껴졌다. 토론토영화제가 떠오른 이유는 최근 부산국제영화제(BIFF)가 심각한 재정 위기를 겪고 있고 이를 대하는 부산시의 태도가 어떤가를 되짚어 보면서다.

BIFF는 현재 수년간 쌓인 구조적 문제와 코로나19로 인한 협찬 축소라는 대외적인 요인 때문에 재정적 어려움을 겪고 있다. 지난해 단기 스태프의 ‘열정페이’(시간 외 수당) 미지급 문제가 수면으로 떠오르면서 3년 치 시간 외 수당을 한 번에 정산했고, 이는 고스란히 영화제의 적자로 쌓였다.

이 적자 12억 원이 지금 BIFF 재정 위기의 가장 큰 원인이다. 적자가 쌓이면서 은행에서 더 빚을 낼 수 없는 상황이 왔고 이달 들어 정직원의 임금을 지급할 수 없을 정도로 악화됐다.

국·시비 지원금은 사업비로만 쓰도록 용도가 정해져 있기 때문에 사업비에 포함되는 단기 직원의 임금은 집행할 수 있지만, 정작 정직원 22명의 임금은 집행할 수 없는 아이러니한 상황이 벌어졌다. 실제로 10월 영화제를 앞두고 현재 영화제는 단기 직원 채용에 한창인데, 이들 단기 직원을 뽑고 교육하고 관리하는 직원은 고통을 감내해야 한다. 그래서 BIFF는 코로나19라는 특수한 상황 아래서 부산시에 시비의 경상경비 집행을 올해 한시적이라도 허용해 달라고 요청하고 있다.

하지만 부산시의 반응은 “법적으로 어렵다” “다른 기관과 형평성을 고려해야 한다”는 원론적인 답만 반복하고 있다. 무조건 “법적으로 안 된다”고 할 것이 아니라, 부산의 대표 문화 브랜드이자 국가대표 영화제인 BIFF가 무사히 개최될 수 있도록 지원해야 한다. BIFF에 가장 큰 부담이 되고 있는 열정페이 지급금 12억 원을 부산시가 추경을 통해 해소하고 영화제에 힘을 실어 줘야 한다. 지난해 시의회의 문턱을 넘지 못한 BIFF 특별 지원 조례도 다시 추진해 BIFF가 재정적으로 흔들림 없이 개최될 수 있도록 도와야 한다.

코로나19로 전 세계 주요 영화제는 취소하거나 온라인으로 열린다고 한다. BIFF는 유일하게 현장 영화제로 개최될 가능성이 크다. 위기는 기회라고 하지 않았던가. 축제는 계속되어야 하고 부산시는 영화 도시 부산의 위상을 지키기 위해서라도 BIFF 지원에 최선을 다해야 한다. 나아가서 정부는 BIFF를 지역 축제가 아닌 국가대표 영화제에 걸맞은 지원으로 힘을 실어 줘야 한다. mia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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