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서핑으로 한 달 살기’ 송정해수욕장에서는 왜 안 되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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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제관광도시 부산이 강원도에도 밀리고 있다. 지난 4월 말 황금연휴 기간에 관광객들은 강원도와 제주도에 집중적으로 몰렸다. 한국관광공사가 지난달 조사한 결과 국내 여행 희망 방문지는 제주도, 강원도, 경상도 순이었다. 부산은 10.4%에 불과해 4위에 그치고 말았다. 부산의 매력이 점차 떨어지고 있는 건 아닌지 우려스럽다. 코로나19가 종식할 때까지 관광 시장은 내국인 쟁탈전이 될 수밖에 없다. 달라진 관광 행태에 발맞춰 매력적인 콘텐츠를 개발해 부산으로 관광객들의 시선을 돌려야 할 것이다.

해양레저 특구 조성한 양양에도 밀려
여름철 비좁은 서핑 구간 규제 풀어야

서핑은 새로운 트렌드로 부상한 여행 킬러 콘텐츠다. 서핑 인구는 2014년 4만 명에서 2017년 20만 명으로 급성장 중이다. 다행히 부산에는 사계절 서핑이 가능한 국내 최적의 장소인 송정해수욕장이 있다. 하지만 송정이 신흥 서핑 메카인 강원도 양양에 밀리는 신세가 되었다고 한다. 양양은 인구가 2만 7787명에 불과하지만 지난해 서핑객 50만 명이 찾았다. 서핑 업체 수도 송정해수욕장은 수년째 20곳 안팎인데, 양양에는 60여 곳이 성업 중이다. 양양은 3년 연속 인구가 증가하고, 강원도에서 가장 높은 땅값 상승률을 기록하고 있다. 수도권에서 가까운 양양군이 ‘서핑 해양레저 특구 조성사업’ 등으로 서핑에 힘을 쏟은 덕분이다.

송정의 경쟁력 저하는 주지하다시피 여름철 비좁은 서핑 구간 때문이다. 서핑보드 길이가 3m인데 여름철 서핑 구간은 80m밖에 되지 않는다. 이러다 보니 서퍼들은 기다리기가 일쑤고, 보드가 부딪혀 다치는 경우도 드물지 않다고 한다. 송정해수욕장의 일반 수영존 920m나 군 하계 휴양소 구간 200m를 조정할 필요가 있다. 근본적인 해결책은 부산시가 국방부 소유의 하계 휴양소 부지를 매입하는 것이다. 부산시는 45억 원가량이 드는 부지 매입을 포함한 ‘서프 빌리지’ 조성을 검토해 놓고 수년째 감감무소식이다. 국방부와 협의해 군인들에게 서핑을 교육하는 방법도 생각해 볼 수 있다. 제주와 양양에서는 송정과 반대로 수영할 수 있는 구간을 제한하고 서핑은 규제를 풀었다. 적극적으로 규제를 풀고자 하면 방법이 생길 것이다.

송정에서 서핑을 배운 사람들이 서핑에 능숙해지면 넓은 바다를 찾아 송정을 떠나는 현실을 그대로 내버려 둬서는 안 된다. 송정에는 아침 일찍 서핑을 즐기고 출근을 하거나, 퇴근 후에 서핑을 즐기는 직장인들도 꽤 있다고 한다. ‘서핑으로 한 달 살기’ 같은 서핑과 연계된 관광 프로그램을 운영하기에 송정만 한 곳이 없다. 국내 여행에서 서핑을 비롯한 해양관광이 차지하는 비중이 갈수록 늘고 있다. 해양수도를 자처하는 부산이 해양레저마저 주도권을 빼앗기면 관광 부산의 미래는 어두워진다. 서핑을 부산 대표 관광 상품으로 키워 나가야 할 때다. 바다를 보는 눈이 달라졌으니, 바다에 대한 행정도 그에 맞게 달라져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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