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잠깐 읽기] 소설 ‘토지’ 대사 새긴 에세이

부산닷컴 기사퍼가기

박경리의 말 / 김연숙

<박경리의 말>은 소설 <토지>의 훌륭한 대사를 깊이 새긴 에세이다. <토지>는 무엇인가. 한국 현대문학사에서 가장 위대한 소설이다. 가장 위대한, 이란 말은 실제로는 눈물이 나는 말이다. <토지>가 품고 있는 한의 깊이는 도저하기 때문이다. 박경리 스스로 <토지>는 연민으로 가득한 책이라고 했다. 힘겨운 세상살이를 이어가는 보통 인생들이 그 속에는 빼곡하다. 박경리의 언어와 문장들은 뭔가. 저자는 뛰어난 문장이나 아름다운 표현과는 뭔가 다르다고 한다. “온몸이 부서지는 아픔을 겨우 견디며 내뱉는 말, 실 한 오라기 같은 기쁨을 잡으려는 말, 칠흑 같은 어둠을 버티려 안간힘을 쓰는 말”들이라고 한다.

“산다는 거는…, 참 숨이 막히제?” 여기서 모든 말들은 끝난다. 저잣거리에서 들을 수 있는 저 말이 선사의 화두처럼 들리는 것은 박경리 문장, <토지>를 통해서다. <토지>에는 600여 명의 다채로운 인간 군상이 나오는데 그 인간들 하나하나가 다 살아 숨 쉰다. 그 삶들을 박경리는 자신의 고통과 시련 속에서 길어 올렸다. 많은 이들이 한국어를 구사했으나 박경리만큼 깊은 언어를 구사한 이는 몇이나 될까. “인생은 보석의 빛이 결코 아니요 뿌옇게 타오르는 모깃불, 목화씨 같은 것이라는 생각을 한다…. 무슨 놈의 밤도깨비 같은 짓이었나.” 문득, <토지>를 꺼내 읽고 싶어진다. 김연숙 지음/천년의상상/288쪽/1만 5300원. 최학림 선임기자


당신을 위한 AI 추천 기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