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은영 칼럼] 지역문화축제 취소가 능사 아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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논설위원

2일 자 <부산일보>에도 실린 충남 보령시의 제23회 ‘온라인’ 보령머드축제 특집기사를 보면서 생각이 많아졌다. ‘머드축제를 온라인으로 연다고? 어떻게?’라는 질문이 꼬리를 물었다. 사전 신청자 1500명(유료)에 한해 우편으로 ‘집콕 머드 체험 키트’를 보내고, 그 머드를 사용해 직접 촬영한 ‘나만의 머드 체험’ 사진이나 동영상을 다시 응모하면 경품을 제공하는 쌍방향 콘텐츠 축제로 풀어 나가겠다는 것이다. 해당 축제 홈페이지에는 ‘온택트(온라인-언택트)’형 머드 콘텐츠가 다양하게 소개됐다.

춘천마임축제는 ‘춘천마임백씬(100 Scene) 프로젝트’를 오늘부터 100일간 진행한다. 재래시장, 공공기관, 건물 옥상 등 춘천지역 100곳의 공간이 일상 축제 무대로 탈바꿈할 예정이다. 올해는 코로나19로 행사를 취소하려 했지만, 어려움을 겪는 예술가와 시민이 함께 극복하자는 취지로 열기로 했단다. 당초 9월 개막 일정이던 춘천인형극제는 아예 두 달을 앞당겨 4일부터 시작한다.

코로나19로 쑥대밭 된 문화축제
‘안전 우려’ 취소 불가피하더라도
충분한 고민과 협의 후 결정해야
 
위기 상황일수록 기반 조성 중요
연관 산업·문화예술인 파급력 커
시, 취소 앞서 대안 모색 아쉬워

코로나19로 인한 문화예술계의 위기는 거의 재앙 수준이다. 시민들도 문화예술행사에 목말라한다. 지역문화축제의 변신이 기대되는 이유다. 세계 무형문화유산인 강릉단오제 역시 2020년 행사는 ‘온라인’ 꼬리표를 달고 진행됐다. 핵심 행사인 단오굿은 전문가 해설까지 곁들여져 실시간 유튜브로 생중계됐다. SNS에선 실시간 댓글 소통이 이뤄지고, 단오 음식인 ‘수리취떡’과 ‘단오주’가 선물로 배달됐다. ‘단오체험팩’은 신청 이틀 만에 동날 정도로 인기를 끌었다. 위기는 기회라는 평가까지 나왔다.

보령머드축제, 춘천마임축제, 강릉단오제에 눈길이 간 건 최근 부산시가 전격 취소한 제25회 부산바다축제와 21번째 부산록페스티벌과 무관하지 않다. 비록 온라인이지만 그들은 행사를 여는데, 부산은 전면 취소할 수밖에 없는 근본적인 차이는 무엇일까. 만약 그것이 문화관광축제를 지원해야 할 부산시, 즉 행정 탓이라면 간단치가 않다. 부산시로선 “코로나19의 감염 예방 및 확산 방지를 위해” 대규모 행사 취소는 불가피한 선택이었을 수 있다. 시민 안전만큼 중요한 건 없을 테니 말이다.

아쉬운 건 취소 과정의 씁쓸함이다. 두 행사를 주관하는 “부산문화관광축제조직위원회와 논의 끝에” 취소 결정을 내렸다고 시는 보도자료를 냈다. 하지만 반전이 있었다. 축제조직위는 어떤 방식이든 축제를 하고 싶었다는 것이다. 이런 상황에 할 수 있는 새로운 축제를 고민했고, 형식도 좀 바꾸자고 제안했단다. 하지만 받아들여지지 않았다. 코로나19로 줄폐업의 위기에 놓인 공연업계 현실도 반영되지 않았다. 다른 국제행사를 여는 모 사단법인에선 사무국 운영비와 인건비를 감당하지 못해 “전원 일괄 사표 후 돌아가면서 실업급여를 받고, 다시 사무국으로 복귀한다”는 소문까지 들려왔다.

대안은 없었을까. 문화예술관광축제는 일부 비판에도 불구하고 지역경제 활성화와 지역문화 발전에 크게 기여해 온 것 또한 사실이다. 시의 취소 결정이 좀 더 신중했더라면 하는 아쉬움이 남는다. 그에 더해 오늘부터 5일까지 해운대구 영화의전당 실내외에서 열리는 ‘2020 부산푸드필름페스타’나 오는 7~15일 개최하는 제15회 부산국제어린이청소년영화제는 규모를 줄이고 형식을 약간 바꿔 예정대로 개최한다니 형평성 논란마저 인다. 끝내 행사가 취소되더라도 합당한 기준이 제시되고, 충분한 논의 과정이 있었더라면 축제 관계자와 문화예술인들이 이렇게 속상하지는 않았을 것이다.

보령머드축제를 주관하는 보령축제관광재단(이사장 김동일 보령시장)이라고 왜 고민이 없었을까. 그들은 축제를 만드는 사람과 즐기는 사람, 모두를 배려해 온라인 축제라도 열기로 했다. 부산시도 대책 없이 행사를 중단할 게 아니라 보다 안전한 방역체계를 고민하고, 온오프라인 병행 등 창의적인 발상의 전환을 이뤘더라면 더 좋았을 듯싶다.

독일 문화부 장관 모니카 그뤼터스는 “문화가 결코 좋은 시절에만 누리는 사치품이 아니라, 인류의 표현 방식”이라면서 “위기의 시기일수록 예술가들이 창조적인 힘을 발휘해 왔으며 이런 전례 없는 상황에서 민주주의 사회는 다양한 문화와 미디어 지형을 지켜 내야 한다”고 강조했다. 감염병 위기 상황에서도 예술 활동을 할 수 있는 기반을 만드는 것이야말로 관이 취해야 할 첫 번째 예술정책 전략인 셈이다.

포스트 코로나 시대, 문화축제는 어때야 하는가에 대한 진지한 성찰과 모색이 필요해졌다. 거듭 말하지만, 코로나19로 지역문화축제를 취소하는 것만이 능사는 아니다. 지금은 우리가 축제의 옷을 어떻게 바꿔 입을까를 고민할 때다. 코로나19가 예술에 던진 질문에 우리가 답할 차례다. 이제는 축제도 변해야 살아남는다. key66@bus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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