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학 미뤄지고 ‘집콕’ 길어지고… 청소년 ‘코로나 스트레스’ 급증

이현정 기자 edu@bus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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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학교 2학년인 A 양은 원래 의욕적이고 활발한 성격의 학생이었다. 하지만 코로나19 사태가 장기화되면서 갈수록 우울해지고 무기력해진다며 상담소 문을 두드렸다. 온라인 학습 주간에 혼자 집에 있으면 아무것도 하기 싫고 포기하고 싶은 마음만 든다고 했다. 온라인 수업을 켜 놓고 SNS를 하거나 인터넷을 하는 경우도 많아졌다. 하지만 얼마 뒤면 자신이 한심하고 쓸모없는 존재로 느껴졌고 가끔 끔찍한 생각까지 든다고 했다.

대학생인 B 양은 대학 입학 후 부모님한테 경제적 지원을 받지 않고 스스로 아르바이트를 하며 용돈을 벌어 왔다. 하지만 최근 코로나19로 아르바이트 자리도 잃게 되고 부모님마저 무급휴직에 들어가면서 집에서 가족들과 함께 있는 시간이 너무도 힘들어졌다. B 양 스스로도 아무런 경제적 활동을 하고 있지 않아 한심하게 느껴지는데, 경제적 문제로 부모님이 자주 다투는 모습을 보게 되니 우울한 감정이 심해진다고 했다.


가족·정신건강 상담 대폭 증가

청소년 “친구 단절 가장 힘들어”

부모는 ‘자녀 미디어 사용’ 불만


코로나19가 확산되고 ‘집콕’ 생활이 본격화된 올 3~5월 청소년들의 가족 관련 상담과 정신 건강 관련 상담이 대폭 늘어난 것으로 집계됐다.

6일 한국청소년상담복지개발원에 따르면, 코로나19로 인한 개학 연기와 온라인 수업이 이뤄지던 3~5월 사이버와 전화 상담 사례를 분석한 결과 ‘가족 문제’ 상담 건수가 2만 883건으로 전년도 같은 기간 1만 3826건보다 51% 증가했다. 또 우울·위축, 강박·불안 등 정신건강 관련 상담도 이 기간 3만 8348건으로 전년 2만 9404건보다 30.4% 증가했다.

청소년과 부모를 대상으로 한 설문조사에서도 청소년은 코로나19 기간 ‘친구와의 단절’을 가장 힘들어했고, 부모는 ‘자녀의 미디어 사용 증가’에 불만이 많은 것으로 나타났다.

한국청소년상담복지개발원이 올 4월 9~24세 청소년과 청소년 자녀를 둔 부모 290명을 대상으로 설문조사를 실시한 결과, 청소년의 72%는 코로나19 사태로 친구를 만나지 못하는 것이 가장 힘들다고 답해 응답률이 가장 높았고, 부모의 77.8%는 자녀의 미디어 사용이 늘어난 것이 가장 스트레스라고 응답했다.

특히 청소년은 ‘화·분노’를 느끼는 정도(28.1%)가 부모(14.7%)에 비해 배가량 높아 불안뿐 아니라 분노도 많이 느끼는 것으로 조사됐다. 한국청소년상담복지개발원은 “특히 17~19세 청소년이 다른 연령대에 비해 불안·걱정, 두려움이 높게 나타났다”면서 “이는 학교 폐쇄와 온라인 개학 등 일상생활의 변화가 학업·진로에 미치는 영향이 크다고 판단하는 민감한 시기이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이현정 기자 edu@


이현정 기자 edu@bus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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