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잠깐 읽기] 괴테와 파우스트를 사랑한 심리학자

부산닷컴 기사퍼가기

괴테와 융 / 이부영

<괴테와 융>은 괴테의 <파우스트>를 분석심리학적으로 들여다본 책이다. 한국 융 분석심리학의 대가인 이부영 전 서울대 의대 교수가 썼다. ‘그것은 너무 크고 너무 흥분되며 너무 뒷면 깊이 숨어 있다.’ 융은 괴테와 <파우스트>를 찬미했다고 한다. 융의 조부가 괴테의 사생아였다는 사연 때문만은 아니다. 왜일까. 그것은 <파우스트>가 악의 문제를 깊이 천착했기 때문이다. 융은 어릴 때부터 ‘선한 신’의 존재를 회의했다. 이 세계는 선과 악, 정신과 물질, 빛과 어둠이 서로 맞서 있기 때문이다.

융이 보기에 메피스토가 외려 극적인 존재로 진정한 생명의 혼을 대변한다. 강한 자살 관념에 시달리던 말라비틀어진 파우스트 박사를 다시 살게 만들었던 것이 바로 메피스토다. 인간은 이성과 자아로서만 살 수 없다. 그 밑에 꿈틀거리는 심연이 있어야 한다.

그게 무의식, 원형이라는 것이다. 이성과 자아가 파우스트라면 꿈틀거리는 심연은 메피스토다. 저자가 보기에 융은 옛 연금술의 신비처럼 파우스트와 메피스토, 둘의 융합을 말했다. 둘의 융합이 <파우스트> 종막 ‘신비의 합창’에서 울려퍼진다. ‘형언할 수 없는 것,/여기서 이루어진다./영원히 여성적인 것이/우리를 이끌어 올리도다.’ 전체를 포괄하는 정신의 모성적·여성적 차원이 궁극이라는 것이다. 이부영 지음/한길사/608쪽/3만 5000원. 최학림 선임기자


당신을 위한 AI 추천 기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