폭우 퍼붓는데 KBS는 음악 방송? “부산선 수신료 받지 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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피해 극심 3시간 동안 정규 방송 재난주관방송 책임 외면에 분노 서울 중심 지역 방관 행태 여전 “수신료 가치 못한다” 청원 속속

지난 23일 오후 부산에는 기록적인 폭우가 내려 피해가 속출했지만 재난주관방송사인 KBS는 이번에도 제 역할을 못해 비판을 받고 있다. KBS의 이 같은 행태는 ‘서울 공화국’의 단면을 여실히 보여 주고 있는 것이라는 지적이 인다. KBS 전경(사진 위)과 청원 게시판. KBS 홈페이지 캡처

“이번 재난도 서울이 아니라서?”

지난 23일 오후 부산에서 기록적인 폭우가 내리면서 3명이 숨지는 참사가 벌어지는 와중에도 정규 방송을 내보낸 ‘재난주관방송’ KBS에 대한 비판이 가라앉지 않고 있다. 분노한 시민들은 KBS 청원 게시판에 ‘재난주관방송 역할을 제대로 하지 못했다’며 비난 글을 올렸다. 이렇다 보니 수년 전 경주에서 지진이 발생했을 때도 버젓이 드라마를 내보낸 KBS의 행태가 되새김되고 있다.

피해 극심 3시간 동안 정규 방송
재난주관방송 책임 외면에 분노
서울 중심 지역 방관 행태 여전
“수신료 가치 못한다” 청원 속속

지난 23일 오후 부산에는 기록적인 폭우가 내려 피해가 속출했지만 재난주관방송사인 KBS는 이번에도 제 역할을 못해 비판을 받고 있다. KBS의 이 같은 행태는 ‘서울 공화국’의 단면을 여실히 보여 주고 있는 것이라는 지적이 인다. KBS 전경(사진 위)과 청원 게시판.  KBS 홈페이지 캡처



이날 오후 부산에는 시간당 80mm가 넘는 비가 내리면서 도로와 지하차도 곳곳이 침수돼 인명피해가 다수 발생했지만, 재난주관방송사인 KBS는 예정된 편성 프로그램을 방송했다. KBS 1TV는 ‘KBS 뉴스 9’이 끝난 오후 10시 이후 다큐멘터리 프로그램 ‘다큐 인사이트’, 시사 프로그램 ‘더 라이브’를 내보냈다. 오후 11시 40분 ‘KBS 뉴스라인’에서 부산 지역 폭우 소식을 알렸지만, 20분에 그쳤다. 이어 24일 0시 10분부터 음악 프로그램 ‘올댓뮤직’을 1시간 동안 방송했다. 그 시각에는 부산 시내 도로와 도시철도 등 곳곳이 물에 잠기고 사망 소식도 전해졌다.

특히 KBS는 이런 비판에 대해 24일 오후 9시 48분 인터넷 홈페이지에 '부산 지역 집중호우 재난 방송 관련 입장'을 발표 "1TV 정규 뉴스 방송 상황을 보면 2시, 5시, 7시, 9시, 뉴스라인 등 주요 메인뉴스에서 집중호우를 다뤘고, 특히 7시, 9시 뉴스에서는 부산지역의 위험성을 강조했다”면서 “KBS 재난방송센터는 기상 전문기자들의 정밀 분석에 따라 부산을 위험지역으로 지목하고 부산 온천천 CCTV 화면과 일기도, 누적 강우량을 보여 주며 경고했다”며 부실 대응을 부인했다.

하지만 시민들의 반응은 달랐다. 정작 정보가 필요한 23일 오후 9시부터 24일 자정까지 정규 뉴스 이외는 자막 속보나 스크롤속보만 보아야 했다. 귀갓길 도로에 물이 차올라 자정께 겨우 도시철도를 탔던 이 모(57·동래구 수안동) 씨는 "친구들이 올려주는 페이스북 실시간 정보로 겨우 집에 갈 수 있었다"며 "정규방송을 진행한 재난주관방송이라는 KBS는 당시 아무런 도움이 되지 않았다"고 말했다.

KBS는 또 입장문에서 "기상전문기자가 부산에 대한 예방적 방송을 해왔다. 이번 부산지역의 강우량은 기상청의 예측을 초과한 돌발적이고 기록적인 폭우였다. 부산의 재난 관련 당국들도 초기 상황 파악과 신속대응이 어려웠던 기록적인 수준"이었다며 일부 변명하는 듯한 태도도 보였다.

KBS의 이런 보도 형태에 대해 24일 KBS 청원 게시판에는 재난방송 역할을 제대로 못 한 KBS를 비판하는 시청자들의 글이 속속 올라왔다. 시청자 이윤* 씨는 ‘부산에서는 수신료를 받아 가지 마세요’라는 청원 글에서 “재난 전문 방송사라던 KBS. 지금 부산 비 와서 거의 모든 도로 침수되고 건물로 비가 다 들어차는데, 뉴스에서는 한두 꼭지 하다가 마네요. 수신료의 가치 전혀 못 하는데 왜 강제 징수하나요”라고 일갈했다.

시청자 이지* 씨는 “공영방송 KBS는 전 국민 TV 수신료 받으면서 부산 물난리 났는데도 뉴스속보 특보 없이 천하 태평하네요. 저녁부터 난리인데 부산 시민들이 커뮤니티에 사진 올리고 나서 한참 뒤에야 기사 내는 척하고 있는 거 보니 속 터지네요”라고 비판했다.

KBS가 지역 주요 재난에 대해 부실 보도했다는 비판은 2019년 4월 4일 발생한 고성 산불 당시에도 있었다. ‘KBS는 산불 이후 방송을 이어간 다른 방송사와 달리 재난 주관 방송사임에도 단 8분 동안만 속보를 전달하고 11시 5분부터 정규 시사프로그램을 방송하기 시작했다’는 청와대 국민청원이 올라왔다.

경주에서 기상청 관측 이래 국내 최대 규모 5.1의 강진이 발생한 2016년 9월 12일은 부산에서도 지진동을 뚜렷하게 느낄 정도여서 일대 시민들은 순식간에 공포에 휩싸였다. 하지만 그 시각 KBS는 드라마 ‘구르미 그린 달빛’을 내보내고 있었다. 당시 시민 김주영(37·부산 남구) 씨는 "KBS는 한가하게 드라마를 내보내 기가 찼다. 서울에 지진 났더라면 가만히 있었겠나?"라며 "지방 사람들은 한가하게 박보검 얼굴이나 보면서 죽으라는 것인지 묻고 싶었다”고 꼬집었다.

시간당 87mm의 집중호우가 쏟아진 부산에는 수많은 인명·재산 피해가 발생했다.

황석하 기자 hsh03@bus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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