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흙탕물에 한 뼘 앞도 안 보여, 오로지 감각 의존해 구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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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하차도 구조대원 인터뷰

“물이 온통 흙탕물이어서 한 뼘 앞에 있는 차 번호판도 보이지 않았습니다. 오로지 감각에만 의존해야 했습니다.”

부산중부소방서 구조대원 A 씨는 와의 통화에서 23일 밤 부산 동구 초량제1지하차도 참사 구조 상황을 생생히 전했다.

도착했을 땐 2.5m 이상 침수
6명 “살려 주세요” 아비규환
바닥 수색 중 20대 여성 발견


A 씨는 지난 23일 밤 10시 20분 출동 지령을 받고 4분 뒤 현장에 도착했다. 3.5m 높이의 지하차도에는 이미 2.5m 넘는 물이 찬 상태였다. 비는 야속하게도 계속 퍼부었다. 175m 길이의 지하차도 안쪽에는 6명의 사람이 구조를 요청하고 있었다. 40m 지점에 2명, 80m 지점에 3명, 130m 지점에 1명이 있었다. 구조를 요청하는 사람들은 외벽이나 차 위에 올라타 간신히 버티고 있었다. 구조대원들은 100m 길이의 로프를 몸에 묶고 사람들에게 다가갔다. 가장 멀리 있던 사람을 구하기 위해 반대편으로 넘어가 구조 작업을 벌였다. 구사일생으로 구조된 사람들은 추위와 공포에 몸을 떨었다.

6명을 먼저 구조하고 나니, 지하차도 안쪽 80m 지점 수면 위에 사람의 등이 떠올랐다. 곧바로 구조해 심폐소생술을 실시했지만 이 60대 남성은 끝내 숨졌다. 2차 수색은 수중 수색이었다. 스킨스쿠버 장비를 멘 구조대원들이 수색을 펼쳤다. 물 속은 흙탕물이어서 한 뼘 앞도 보이지 않았다. 오직 감각에만 의존해야 하는 상황이었다.

그 상황에서도 물 안에 잠긴 자동차 5대를 모두 수색했다. 차 안에서 빠져나오지 못한 사람은 없는지 확인하는 과정이었다. 혹시나 바닥에 사람이 있을지도 모른다는 생각에, 바닥을 수색하는 과정에서 20대 여성이 발견됐다. 이 여성 역시 병원으로 옮겨졌지만, 이내 비보가 전해졌다. 수색은 이어졌고, 24일 오전 3시께 마지막 희생자가 발견됐다. 발견했을 때는 이미 숨진 상태였다. 5시간이 지난 뒤였지만, 물이 1.5m까지 차올라 걷기 힘든 상태였다.

몇 명이 고립된지 모르는 상황. 수색을 끝낼 수 조차 없었다. 구조대원 8명은 일렬로 서 지하차도를 왔다갔다 하면서 혹시나 빠져나오지 못한 사람이 있는지 3차 수색을 실시했다. 발에 걸리는 게 있으면 모조리 확인했다. 대부분 모래주머니거나, 스티로폼 등이었지만 혹시나 하는 마음에 긴장을 늦출 수 없었다. 혹시나 남은 사람이 있을까 차 밑과 트렁크까지 샅샅이 수색했다. 사람이 없는 것을 마지막까지 확인하고 나니 오전 6시 20분이 넘었다.

서유리 기자 yoo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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