콘텐츠 사용료 갈등 커지는데 정부는 ‘뒷짐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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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음악저작권협회와 온라인 동영상 서비스 업체가 음악 저작권료 인상을 놓고 갈등을 빚고 있다. 웨이브에서 방영하는 SF8. 수필름 제공

최근 미디어 업계에선 콘텐츠 사용료 갈등이 뜨거운 감자로 떠올랐다. 음악, 영상 등의 저작권을 쥔 측과 이를 사용하려는 측이 적정 사용료를 두고 첨예하게 대립하고 있어서다. 업계 곳곳에서 갈등이 터져 극으로 치닫고 있지만, 담당 부처인 문화체육관광부는 적극적인 중재나 가이드라인 마련에 나서지 않아 ‘역할 공백’이라는 비판을 받고 있다.

한국음악저작권협회(음저협)는 온라인 동영상 서비스(OTT) 업체와 음악 저작권료를 두고 마찰을 빚고 있다. 음저협은 지난달 웨이브와 티빙, 왓챠 등 국내 OTT 15개 업체에 음악 저작권료 시정을 요구했다. 음저협에서 요구하는 저작권료는 매출의 2.5%다. 넷플릭스가 이 요율로 국내 음원 이용 대가를 지불하고 있기 때문에 동일한 수준으로 맞춰야 한다는 입장이다.

음저협, 국내 OTT 15개 업체와 마찰
음악 저작권료 인상 놓고 입장 차 여전
문체부 적극적 중재 부족 비판 목소리
콘텐츠 시대 새 저작권료 기준 마련을

하지만 OTT 업계는 과도한 인상이라며 반발하고 있다. OTT 업체들은 저작권료로 매출의 0.625%를 주장하고 있다. 방송사 홈페이지에서 ‘다시 보기’ 서비스에 적용되는 요율이다. 또 음저협과 입장 차가 좁혀지지 않자 OTT음악저작권대책협의체(음대협)를 구성해 공동 대응에 나섰다. 하지만 음저협은 “음대협은 OTT 사업 전반을 논의하는 상설 단체가 아니고 대표성도 협의 권한도 없다”며 음대협과 협의를 사실상 거절했다.

문체부는 지난달 말 음저협 측과 OTT 사업자들을 불러 한 차례 의견을 청취했으나 별도 중재에는 나서지 않고 있다. 문체부 측은 이번 갈등을 지난 28일 출범한 음악산업발전위원회에서 논의할 예정이라고 밝혔지만, 업계에선 저작권료 징수 규정 수립과 갈등 해소에 상당한 시간이 걸릴 것으로 보고 있다.

일각에서는 콘텐츠 시대에 맞는 새로운 저작권료 기준을 빨리 마련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재차 나온다. 급속하게 변화하는 글로벌 콘텐츠 시장에서 경쟁력을 갖추려면, 음악·영상 등 모든 콘텐츠를 아우를 정부 차원의 맞춤형 가이드라인이 필요하다는 주장이다. 현행 저작권 관련 법은 방송 사업자에 대해 콘텐츠에 삽입된 음악에 대한 저작권료를 음저협에 내라고 규정하고 있지만, 신생 플랫폼인 OTT를 아우르는 내용은 없다.

이번 문제 역시 앞서 갈등을 빚은 CJ ENM과 딜라이브 같이 콘텐츠 기업·케이블 TV 간 콘텐츠 사용료 갈등과 마찬가지로, 시대에 맞는 정부 차원의 명확한 징수 규정이나 합리적인 가이드라인이 없어 발생했다는 비판이 나온다. 한국케이블TV방송국협의회(SO협의회)는 콘텐츠 기업과 사용료 갈등이 계속되자, 지난 21일 성명을 내고 정부에 명확한 기준을 마련해 달라고 촉구하기도 했다.

최근 문체부가 14년 만에 추진하고 있는 저작권법 개정에 업계의 기대가 높지만, 주요 갈등을 중재할 실효적인 법안이 나올 수 있을지는 미지수다. 문체부 저작권국 관계자는 “콘텐츠 사용료 건이나 음악저작권신탁업체의 저작권 이용료 문제는 징수 규정에 관한 것이라 저작권법 개정을 통한 법리적 접근은 이뤄지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고 선을 그었다.

OTT와 케이블TV는 과학기술정보통신부 소관으로 저작권과 콘텐츠를 담당하는 문체부의 관리를 받지 않는 점도 갈등의 원인이 되고 있다. 업계 간 분쟁을 해결하려면 정부 부처 간 적극적인 협의가 이뤄져야 하지만, 기본 정책 방향마저 제시하지 못하고 있다. 문체부 관계자는 “과학기술정보통신부와 사안이 있을 때 논의하곤 있지만 (합리적인 대응을 위한)핫라인이나 협의체가 있는 건 아니다”고 전했다.

한 미디어 업계 관계자는 “이런 업계 간 갈등은 콘텐츠 성장 동력으로 쓰일 힘을 다른 곳에 허비할 수 있고 결국 산업 생태계가 망가질 위험도 있다”며 “저작권료에 관한 명확하고 합리적인 기준이 하루빨리 마련돼야 한다”고 말했다.

남유정 기자 honeybee@bus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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