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 행정수도와 국토균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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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의택 부산대학 석좌교수·전 행정중심복합도시건설 추진위원장

2002년 노무현 대통령 후보는 행정수도를 충청권으로 이전하겠다는 대선 공약을 발표했다. 어떠한 발상으로 이러한 구상을 했는지는 몰라도 수도권의 비대화로 날로 쇠퇴하는 지방의 모습을 보고 비장의 카드를 내어 놓았다고 보아진다.

행정수도를 서울로부터 지방으로 이전하려는 것은 천도(遷都)를 의미하는 것으로 모험적이고 위험한 메가톤급의 정책 제안이다.

행정수도를 추진하는 과정에 국민적 합의를 도출해야 하고, 수많은 난제들이 도처에 산재해 있는데도 불구하고 공약으로 제시한 것은 행정수도 이전 말고는 국토의 균형을 이룩할 수 없다는 확신과 정책의 최후 수단으로 보았기 때문이다. 수도권 집중에 대한 우려는 1960년대부터 나왔으며, 정부에서 1964년 대도시 인구집중방지책, 1969년 수도권 인구집중억제방안, 1975년 서울인구분산계획, 1994년 국토균형발전특별법 제정 등 수많은 대책을 내어 놓았지만 효과를 거두지 못했고 수도권 인구의 집중은 갈수록 심화되었다.

1977년 박정희 대통령은 고심 끝에 임시 행정수도 백지계획(白紙計劃)으로 수도권 인구를 지방으로 분산하고자 했다. 백지계획의 배경은 서울 인구의 분산과 휴전선에서 40km 떨어진 서울의 군사적 안보문제였다. 위치는 충청권으로 현 세종시와 비슷한 지역이였고, 이 계획은 추진 중에 박 대통령의 서거로 백지화되고 말았다. 과도한 서울의 성장은 국토의 불균형을 초래했고, 지방과의 양극화로 지방은 소멸되는 위기에 직면하고 있다.

전 국토면적의 11.8%인 수도권에 51.9%의 인구가 몰려있고, GRDP(지역내 총생산)가 51.8%, 기업본사 95%, 공공기관 80%, 외국인투자 83% (2018), 재산세 징수액 63.9% (2018), 평균 임금격차 수도권 315만 원 : 비수도권 280만 원으로 앞으로 지방과의 상대적 격차가 심화된다면 지방은 사라지고 만다.

작금 정치권의 일각에서 행정수도를 완성하기 위해, 청와대, 국회 등 서울에 남아있는 주요 행정기관을 세종시에 이전하자는 제안을 해 뜨거운 정치이슈로 등장하고 있다. 이 제안에 대해 많은 의견들이 도출되고 있는데, 여·야가 합의해서 ‘행정중심복합특별법’을 입법 차원에서 결정하면 되고 개헌이나 국민 투표까지 가지 않아도 가능하다라는 의견과 반대측면에서는 헌법제판소의 위헌 결정이 유효함으로 헌재가 다시 결정하기 전에는 청와대와 국회의 이전은 불가하다라고 주장한다.

양 진영의 논리가 어떻게 진전될지 몰라도 정쟁을 위한 소모적 투쟁이 되어서는 안 되고 국토의 균형발전이라는 단순 논리로 접근해야 한다. 만약 정치권에서 합의 도출을 하지 못한다면 최후 수단으로 국민투표를 해서라도 결정되어야 한다. 미국의 경제수도는 ‘뉴욕’이고, 정치행정수도는 ‘워싱턴’으로 두 도시는 균형을 취하면서 성장하고 있다. 우리나라 서울도 경제수도로 문화, 교육, 관광 등 질적 성장을 계속할 수 있다. 행정수도 완성으로 서울의 몰락은 누구도 원치 않는다.

세계사적으로 관찰해보면, 한 나라의 수도를 이전할 때는 뚜렷한 시대적 이유가 있다. 우리나라의 세종 행정도시의 경우 수도권에 집중된 중앙정부를 지방 이전으로 국토의 균형발전을 이룩하려는데 논리적 근거를 두고 있다.

행정수도 논의의 초점은 국토의 균형 발전으로 국민이 어느 지역에서 거주 하거나 골고루 잘 살아가는 사회를 이룩하려는 것이다. 국민과 정치권이 수도권 집중을 우려하고 분산정책에 동의하면서도, 가장 효과적인 수단인 행정수도 이전을 거부하는 것은 논리의 모순이다. 지방을 홀대하고 수도권 위주의 ‘서울 공화국’ 정책은 이젠 과감히 청산되어야 한다.

지방이 소멸되기 전에 세종 행정수도를 완성하고, 2차 공공기관 지방 이전으로 국토의 균형발전을 바라는 것이 지방민의 간절한 소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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