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벽 아닌 벽’, 사람의 마음을 바꾸는 공간의 실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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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문호 작가가 소통을 이끌어 내는 ‘열린 벽’을 구현해 낸 작품 ‘wallless space&picture’.

조각과 사진을 넘나드는 작업을 펼쳐 온 이문호 작가가 소통하는 공간을 품은 새 작품을 선보인다.

이문호 작가의 개인전 ‘On the other side of you’가 내달 10일까지 부산 해운대구 우동 갤러리폼에서 열린다. 홍익대 미대 조소과를 졸업한 이 작가는 조각, 사진, 설치 등 다양한 작품으로 밀집되고 단절된 주거 공간에서 느끼는 트라우마를 사유하는 작업을 해 왔다.

그런 그가 패널 위에 직사각형 띠를 나란히 세워 ‘벽 아닌 벽’ 같은 작품을 만들었다. 이 작가는 “다만 작품의 형식이 바뀐 것일 뿐이다”라고 말했다. 그동안 작품을 통해 환경에 영향을 끼치는 상황과 물리적 환경에 따른 변화를 다뤄 온 내용에는 변함이 없다는 이야기다.

‘이문호 개인전’ 우동 갤러리폼
보는 각도 따라 색 변화 ‘재미’
“예술은 같이 참여해 만드는 것”

“내가 만든 공간 안에서 사람들이 감성적으로 변화될 수 있는 요소를 가미해 심리적인 감정의 변화가 생기지 않을까를 실험해 보는 것이다.” 이 작가는 1990년대 후반 뉴욕시가 단순히 그라피티를 지우는 것만으로 범죄율을 낮춘 것 등을 예로 들며 “이번 작업 속의 열린 벽을 통해 서로 소통하고, 그로 인해 관람객의 감성적 변화를 유도하고 싶었다”고 밝혔다.

이 작가의 작품은 보는 재미가 있다. 각 작품의 색깔이 보는 각도에 따라 달라진다. 직사각형 띠 안에 칠해진 색들이 반사되며 살구색, 보라색, 분홍색, 파란색으로 물결처럼 색이 흐른다. 창틀처럼 매달거나, 파티션처럼 세워진 설치 작품 주위를 천천히 돌면 네모, 세모, 원 등 서로 다른 무늬가 모습을 드러내고 숨긴다. 철저한 계산에서 나온 결과물이다.

이 작가는 “색 하나하나 치밀하게 계산을 해서 칠해야 하기 때문에 시간이 굉장히 오래 걸린다”고 말했다. 갤러리 윈도에 전시된 대형 작품의 경우 꼬박 석 달간 작업했다. 이번 작품은 어른, 아이 모두 신기해하고 좋아한다. 이 작가는 “예술이 어려운 것이 아니고 같이 참여하고 만들어 가는 것이라는 이야기를 담고 싶었다”고 말했다.

벽에 걸린 작품 안에 거울이 붙어 있다. 거울에 비친 이미지를 통해 벽으로 차단된 것이 아닌, 벽 너머의 다른 공간과 통하는 느낌이 전해진다. 이 작가는 이번 전시와 흐름을 같이하는 작품을 들고 더 공적인 공간으로 나갈 예정이다. “울산 태화강 국가정원에 큰 입체 작품을 전시한다. 사람들이 그 안에 들어가서 자연과 소통하는 작업을 할 것이다.” ▶이문호 ‘On the other side of you’=8월 10일까지 갤러리폼. 051-747-5301.

글·사진=오금아 기자 chri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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