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곳곳서 마찰… 거대 여당 ‘밀어붙이기식 정치’ 왜 이러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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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21대 국회에서 여당인 더불어민주당의 거침없는 행보가 우려를 낳고 있다. 개헌 빼고는 뭐라도 할 수 있다는 176석의 거대 여당이 숙의민주주의의 가치를 놓치고 있는 게 아니냐는 시선을 당 안팎에서 받고 있기 때문이다. 민주당은 지난 29일 임대차 3법과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공수처) 후속 3법에 대한 상임위원회 의결을 완료했다. 그 전날에도 부동산 관련 개정안 11개를 상임위에서 처리했다. 이 가운데 계약갱신청구권제와 전월세상한제는 상임위에서 의결된 지 하루만인 30일 국회 문턱까지 넘어섰다. 이 과정은 입법 속도전을 방불케 했다. 야당은 반발하고 불참하는 방식으로 이견을 보였으나 속수무책이었다.

여당, 임대차 3법 통과 입법 속도전 방불
숙의민주주의 전당 모습 실종 우려 낳아

이에 미래통합당은 ‘의회 독재’라고 반발하며 상임위 보이콧을 포함한 대여 투쟁을 예고한 상태이다. 통합당은 장외투쟁 가능성까지 닫아 두지 않고 있어 또다시 국회가 파행으로 치달을 태세다. 정의당 심상정 대표도 부동산 법안을 강행 처리한 민주당을 향해 “오로지 정부안 통과만을 목적으로 한 전형적인 통법부의 모습”이라고 거들었다. 민주당 내부에서도 쓴소리가 나왔다. 이 당의 노웅래 의원은 “소수의 물리적인 폭력도 문제이지만, 다수의 다수결 폭력도 문제”라고 밝혔다. 이는 비록 여야를 싸잡아 비판한 것이지만, 소속당의 행태에 더 비중을 둔 것으로 해석돼 파급력이 만만치 않을 것으로 보인다.

이에 여당은 “국회법 절차를 준수하며 부동산 입법을 추진 중”이라고 강력 반발하고 나섰다. 다수결이라는 원칙을 지켰고, 투기 근절과 시장 안정화라는 당위성도 충분한 행위이기에 떳떳하다는 입장인 것 같다. 표면적으로 보면 이러한 주장에 반박할 근거가 부족한 게 사실이다. 지난 총선의 절대적 지지를 기반으로 각종 입법을 추진하고 있다는데 누가 뭐라고 할 것인가. 하지만 의회민주주의 시각에서 볼 때 이러한 태도는 고개를 갸웃거리게 한다. 국회는 국민의 다양한 이해관계를 조율하는 전당이다. 특히 우리나라는 승자독식의 소선거구제이기에 정당 득표율과 의석 점유율 사이 불일치가 심하다는 특성을 지닌다. 그렇기에 민주당은 아무리 슈퍼 여당이라고 해도 다른 절반의 국민 의사를 소홀히 해서는 곤란하다.

그 방법은 야당과 치열하게 토론을 이어가는 것밖에 달리 없다. 소수당이 발목을 잡으면 그 손을 마주 잡는 포용력을 발휘해야 한다. 논의가 부족한 신속함보다 갈등 속에 태어난 정책이 더 오래가기 마련이다. 일방적인 결정은 반대 측의 반발을 불러일으켜서 또 다른 사회 갈등의 불씨가 되기에 십상이다. 그리되면 애초에 의도한 효과를 발휘하기는커녕 부작용만 낳게 된다. 방향만 옳다고 승용차가 마구 달릴 수 없는 이치와 같다. 연료와 브레이크 등을 제대로 갖추지 않으면 운행이 어려울 뿐 아니라 사고마저 날 수 있다. 그 안에 타고 있던 국민의 불행은 또 누가 책임질 것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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