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외 투쟁’ 접은 통합당 ‘무기력당’ 될까 ‘노심초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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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래통합당 김종인 비상대책위원장과 주호영 원내대표 등 의원들이 30일 오전 국회에서 열린 긴급 의원총회에서 더불어민주당을 규탄하는 구호를 외치고 있다. 김종호 기자 kimjh@

여당의 부동산 관련법 강행 처리에 반발해 장외투쟁 카드를 검토하던 미래통합당이 30일 일단 원내 투쟁에 집중하기로 했다. 황교안 대표 체제에서의 잦은 장외 집회가 오히려 4·15 총선에 악영향을 미쳤다는 인식이 당내 다수 의견인 만큼 조금 더 상황을 지켜보자는 신중론에 무게를 실은 것이다. 통합당은 그러면서도 장외 투쟁을 ‘최후의 수단’으로 활용할 수 있다는 가능성은 열어 뒀다. 여당의 독주를 저지할 제도적 수단이 거의 없는 상황에서 통합당의 고민이 깊어 보인다.

통합당은 이날 이틀 연속 긴급 의원총회를 열고 임대차보호법 개정안이 상정된 본회의 참석여부와 함께 대여투쟁 전략을 논의했다. 주호영 원내대표는 모두발언을 통해 민주당이 과반 의석을 기반으로 밀어붙이고 있는 만큼 강력한 대여 대응 전략을 고민해야 한다고 밝혔다. 다만 “폭우가 내려 전국이 비상상태고 여름 휴가철도 겹쳐 있는 데다 코로나 때문에 사회적 거리 두기도 하고 있어 시기적으로 고민하고 있고, 어떤 방식으로 할지도 고민하고 있다”면서 “장외투쟁을 좋아하진 않지만 그 가능성을 닫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부동산 관련법 강행 등 與 독주
당내, 대여 대응 방법 놓고 고민
“소극적 저항 땐 무기력 이미지”
초선, 극단적 투쟁 방식 거부감
30일 의총서 ‘원내 투쟁’ 결의


통합당이 장외투쟁 카드를 언급한 것은 21대 국회 들어 처음이다. 20대 국회에서 잦은 장외 집회가 ‘반대만 하고, 일 안 하는 정당’ 이미지를 굳히면서 오히려 총선 패배로 이어졌다는 각성이 일면서 특히 초선 의원들 대다수는 극단적인 투쟁에 거부감을 갖고 있는 상황이다.

그러나 최근 민주당 단독으로 청문회 보고서 채택과 법안 처리가 되는 등 통합당이 손쓸 수 없는 상황이 되자 당내에서는 국회 밖에서라도 싸움을 이어가야 한다는 목소리가 점점 커지고 있다. 지난 29일에는 주 원내대표가 직접 “원내·외 투쟁을 병행할 것”이라며 장외투쟁 가능성을 시사하기도 했다. 그러나 주 원내대표는 이날 의총에서 “국민에게 알릴 효과적인 방법은 그래도 국회에서 불법과 폭정을 따지는 것이 가장 좋다는 의견이 많다”며 “국민에게 정중하고 지속적으로 협조를 구하고 이 정권의 폭정과 해악을 설명하면 저희를 믿고 일 맡길 때가 올 것”이라고 말했다. 일단 원내투쟁에 보다 집중하겠다는 것이다.

장외투쟁에 부정적인 입장을 보여 온 김종인 비대위원장도 아직 때가 아니라는 입장을 견지했다. 김 비대위원장은 의총 직후 기자들과 만난 자리에서 장외투쟁과 관련해 “국회의원들이 무조건 밖으로 튀어 나가는 것이 능사가 아니다”면서도 “최종적인 수단인데 아직은 그럴 단계가 아니라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그러면서도 통합당 내부에서는 민주당의 독주가 계속될 경우에도 현재의 방식으로 소극적 저항만 하다가는 ‘무기력’ 이미지가 굳어질 수 있다는 점에서 대안적 투쟁 방식에 대해 고민하는 모습이다. 통합당 핵심 관계자는 “확실한 전략 없이 밖으로 나갔다가 돌아올 명분이 사라져 버리면 민주당에 도움을 주는 꼴이 될 것”이라며 “대규모 인원을 동원하는 기존의 집회와는 차별화되면서 효과적인 투쟁 방안을 찾고 있는데, 사실 쉽지 않다”고 토로했다.

이은철 기자 euncheol@bus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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