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인3색 性이야기] 성교육, 배워서 남 주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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임의현 성 심리학자

학교 가서 선생님 말씀 잘 듣고 오라는 부모님의 인사를 받으며 학교에 다닌 사람들이 있다. 시간이 흘러 부모들은 학교에 가서 질문도 많이 하고 손도 번쩍 들어 발표도 하고 오라며 자녀에게 이전과 다르게 가르치기도 했다.

부모들만 달라졌는가. 교육 현장의 그림이 달라지고 있다. 교사가 학생에게 일방적으로 지식을 전달하는 식의 학습은 이제 찾아보기가 어렵고 함께 소통하는 참여 위주의 수업이 진행되고 있다. 하지만 안타깝게도 이러한 시대적 흐름에 동떨어져 옛날 방식을 고집하거나, 아예 그마저도 하려 하지 않으려 하고, 새로운 방법을 시도하려고 하면, 많은 저항에 부딪히게 되는 것이 바로 성교육이다.

얼마 전 뉴스에 보도되면서 논란이 됐던 어느 학교의 기술 가정 수업을 이야기해보자.

피임과 관련한 교육으로 실제 콘돔 사용법을 가르치려던 교사는 학부모의 반발에 결국 수업을 취소할 수밖에 없었다. 바나나에 콘돔을 씌우는 것을 두고 성폭력을 부추길 수 있다는 항의를 받았다고 한다. 하지만 피임과 성폭력을 굳이 연결 지어 생각하는 것부터가 잘못된 성 인식이 아닐까 싶다.

아이들에게 가르치려는 성교육은 자신이 얼마나 소중한지, 그만큼 남도 소중하니 존중해야 한다는 교육이 그 시작이다. 교육의 내용과 목적을 잘 알지 못하면서 그저 떨어뜨려만 놓고 알려주지 않으면 성 문제는 생기지 않을 것이라는 생각은 어디에서 비롯된 것인가. 조선시대에나 통하던 ‘남녀칠세부동석’과 같은 내외를 아직도 바라는 것인가.

건강한 육체에 건강한 정신이 깃들길 바란다면 인간이 다양한 욕구를 가졌다는 것을 인정하고, 알아야 할 것은 정확하고 오해가 없도록 가르치는 것이 중요하다. 막연하게 동냥하듯 얻어듣고 훔쳐보면서 알게 된 성과 관련된 정보는 왜곡된 것들이 많고 실제와 너무 달라 잘못된 성인식을 심어줄 수 있다.

학교 다닐 때 자주 했던 ‘이거 배워서 어디다 쓰지’라는 말이 있다. 생각해보면 정작 왜 배워야 하는지 정확히 알지도 못하면서 반복해서 외우고 시험 보고 또 그 결과가 좋지 않으면 속상해했던 날들이 있다. 그런데 배우면 잘 쓰게 되고 삶의 행복지수가 높아지는 성에 대한 교육은 왜 적극적으로 하지 않는지 의문이다.

자연스럽게 알게 되는 것은 없다. 가르치지 않았으면서 결혼을 하거나 애인이 생기면 저절로 상대에 대해 잘 이해하고 성생활도 잘하며 행복하게 살기를 바라는 것은 로또만큼 어려운 일이다. 잘 배우면 가장 큰 혜택을 받는 건 자신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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