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는 지금 ‘기후변화’ 교육 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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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달 30일 부산시교육청 환경교육정책연구학교인 승학초등학교 6학년 1반에서 선호승 교사가 기후위기 수업을 진행하고 있다. 강원태 기자 wkang@

“기후변화가 지구를 심각하게 위협하는 상황에서, 우리는 왜 학교에 가야 하나요? 왜 존재하지도 않을 수 있는 미래를 위해 공부해야 하나요?”

스웨덴의 열다섯 살(당시 나이) 소녀 그레타 툰베리가 2018년 8월 ‘기후를 위한 학교 파업’을 시작하며 이 같은 질문을 어른들에게 던졌다. 아이들의 언어로 이야기해서는 좀처럼 알아듣지 못하는 어른들이기에, 툰베리는 어른들의 투쟁 언어인 ‘파업’을 선택했다.

지난해에는 전 세계 100여 개국에서 10대들이 기후변화 대책 마련을 촉구하는 등교 거부 시위를 벌이기도 했다.

코로나19 유행이 한창이던 2020년 어느 봄날, 부산에 사는 열 살 아이가 툰베리의 질문을 엄마에게 던졌을 때 엄마는 아무런 대답도 하지 못했다. 코로나19와 같은 감염병의 확산이 결국 환경의 역습이라고 얘기하면서도 제대로 된 반성도 행동도 하지 않는 엄마는, 부끄러웠다.

‘툰베리 세대’, ‘기후변화위기 세대’라고 불리는 아이들에게 어른들은 어떤 답을 줄 수 있을까.

아이들 세대에 더 큰 위협 될 기후환경
뉴질랜드·이탈리아 정규 과목에 편성
부산교육청 “환경·생태교육 확대” 밝혀
승학초등, 학생·학부모·교사 실천선언


■‘세계’ 기후변화 정규교육이 시작되다

뉴질랜드는 올해부터 기후변화위기 과목을 정규 교과과정에 편성했다. 교과 내용에는 기후변화의 실상과 심각성을 알려주는 자료뿐 아니라 실제로 참여할 수 있는 기후변화 저항 행동 과정까지 포함됐다. 뉴질랜드 교육부 장관은 “학생들이 일상 대화에서 기후변화에 대한 이야기를 하고 있다”면서 “소셜미디어에서 접하는 기후변화 관련 내용 중에는 좋은 게 없고 이로 인해 학생들이 겪는 무력감과 스트레스가 상당한 수준”이라고 교과 편성 이유를 설명했다.

이탈리아 정부도 올해 9월부터 시작되는 정규 학기부터 기후변화를 공립 초·중·고 교육 과정에 포함시키겠다고 지난해 발표했다. 기후변화를 선택과목으로 정한 뉴질랜드와 달리 이탈리아는 모든 공립학교 학생들이 기후변화 관련 수업을 연간 33시간 이수하는 것을 의무화하기로 했다.

25세 이하 인구가 전체 인구의 절반가량 되는 캄보디아도 기후변화 관련 내용을 10~12학년 지구과학 과목에 편성했으며 다른 나라들도 기후변화 관련 교육의 필요성에 공감해 정규 교육과정에 편성하거나 환경 교육 관련법을 만들고 있다.



■‘부산’ 기후변화위기 교육 진원지 되나

6월 24일 부산시교육청에서 열린 ‘포스트 코로나19 토론회’에서 김석준 교육감은 올해부터 부산의 학교에서 환경교육과 생태교육을 확대할 방침이라고 밝혔다. 환경교사 1명을 두는 것은 물론, 폐교인 반여초등학교를 에코스쿨로 만드는 일도 추진한다. 이미 부산 기장군에 있는 학리기후변화교육센터에서는 여러가지 프로그램을 진행하고 있다.

환경교육의 확산을 위해 시교육청은 이번 여름방학부터 초·중·고 교원을 대상으로 한 생태환경교육 연수를 실시하고, 7~10월 학교로 찾아가는 기후학교, 자원순환교육, 녹색소비학교, 뮤지컬 등도 진행한다.

부산의 교육주체들이 직접 만든 ‘부산의 에너지와 환경’이라는 교재 개발에도 나선다. 교재는 중학교 환경 선택교과와 자유학기제 주제 선택, 환경동아리 등에서 활용할 수 있게 한다. 또 학교텃밭 활성화 지원을 위한 5개년 계획을 수립해 학교텃밭 지원에 나선다.

또 다음달에는 시교육청과 부산시, 시의회, 기후위기부산비상행동, 미래세대 대표들이 모여 ‘기후위기비상 선언’도 할 예정이다.



■‘승학초등’ 부산 기후위기 교육의 선두에 서다

시교육청은 올해 7곳(초등 4곳, 중 2곳, 특수 1곳)의 환경교육 정책연구학교를 운영하고 있다. 이 중 부산 사하구 승학초등학교의 경우 교사, 학생뿐 아니라 학부모가 함께 기후위기 대응을 위한 적극적인 노력을 하고 있다.

6월 29일 승학초등학교 교육공동체는 기후위기대응 실천 선언을 했다. 선언문에서 이들은 “우리는 오늘 우리들이 기후위기의 한 가운데 놓여 있음과 기후위기를 극복하기 위한 노력을 시작할 것임을 선언한다”고 밝히고 “우리는 기후위기를 인식한 첫 번째 세대이자 기후위기를 막을 수 있는 기회를 가진 마지막 세대다. 현재 대기 중 이산화탄소의 50%가 최근 30년 안에 발생되었다는 점에서, 1인당 이산화탄소 배출량이 우리나라가 세계 2위라는 점에서 우리는 현재 기후위기의 책임에서 자유로울 수 없음을 인정한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교직원, 학생, 학부모들은 각자의 자리에서 할 수 있는 실천 방식을 다짐했다.

학교는 아이들에게 3분짜리 모래시계를 나눠주고 샤워할 때 사용하게 하는가 하면, 기후변화를 막을 수 있는 쿨맵시, 온맵시 옷입기를 가르치고, 에너지 낭비를 최소화한 주택 패시브하우스에 대해서도 알려주고 있다. 이 밖에도 교내 기후변화 갤러리 운영, 학교 숲 가꾸기, 우리집 탄소 줄이기 활동(탄소포인트제) 등도 가르치고 있다. 학교는 또 기후변화시대에 아이들이 택할 수 있는 다양한 직업에 대해서도 교육하고 있다.

학교는 또 매주 목요일을 채식의 날로 정하고 지구의 온도를 낮추는 저탄소 식단으로 구성하고 있다. 매 식단마다 탄소발자국을 표시해 어떤 것이 환경을 더 위하는 식단인지 아이들이 알게 한다. 수요일은 다 먹는 날이라고 해서 ‘수다날’도 운영한다. 이현정 기자 edu@bus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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